[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까지 시사하며 방위비 분담금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주한미군 관련 분담금 인상 문제를 대선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귀환에 대비해 조기에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각) 장부 위조 혐의로 재판을 받은 후 뉴욕의 맨해튼 형사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
'오류투성이' 방위비 압박
13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저지주 와일드우드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한국, 우리는 그들의 군에 돈을 지불하고 있다"며 "우리는 4만2000명(실제 2만8500명)의 군인이 있고 그들은 우리에게 거의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일에도 <타임> 인터뷰에서 한국은 부유한 국가라며 "한국이 미국을 제대로 대우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동맹국에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는 걸 전략으로 활용하는 모양새인데,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은 예고된 수순입니다.
그가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주한미군의 법적 지위와 여건 등을 규정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제5조에는 '미국은 한국에 부담을 과하지 아니하고 주한미군 유지에 따른 경비를 부담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는 한미 양국이 지난 1966년 합의한 것으로 한국이 주한미군에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미국이 부대 운영과 유지비를 부담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1980년대 미국 재정적자 확대와 한국의 경제성장이 겹치면서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비 분담을 요구했고, 지난 1991년에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시작으로 우리 정부도 일정 부분 분담하기 시작했습니다.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방위비 분담금은 1조1833억 원에 달하는데, 총비용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입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직접 지출 외에도 카투사 병력 및 세금 감면, 항공·철도 이용료 면제 등 간접지원 규모도 1조3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한국 정부가 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애초 SOFA 협정에 따르면 지급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혈세를 들여 직접 지원금 1조1833억에 간접 지원 비용을 합해 약 2조 5000억 원을 지급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난 2021년 4월 당시 최종건(오른쪽) 외교부 제1차관과 로버트 랩슨 주한미국대사 대리가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정식 서명식에서 서명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방위비 협상, 조기 타결해 '방어막' 쌓아야"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주한미군 철수 혹은 역할 변경에 대한 압박도 넣고 있는데요. 트럼프 2기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최근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붙잡힌 인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가장 큰 위협 대상인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힘을 보조해야 한다면서 중국이 한반도에 직접 개입할 경우에만 한국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에도 주한미군 철수를 검토를 지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주한미군 역할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측근 그룹에서도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최측근들이 참여하는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정책연구소(AFPI)는 '미국 안보에 대한 미국 우선 접근법' 보고서를 통해 "주한미군은 (미국과 중국의) 전면 충돌이 발생하면 중국의 시도를 저지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3만 명에 가까운 미군은 가공할 만한 한국군과 함께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을 억제하기 위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며 "이 전력은 김정은 정권을 자극해 한반도에 전선을 구축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저지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들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서는 '불평등한 부담 나눔'이라며 "동맹국들이 공정한 몫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가 '비용 이익'에 목적에 있는 만큼 주한미군 철수와 역할 변경보다는 방위비 대폭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관련해 우리 정부는 '트럼프 변수'에 대비한 듯 12차 SMA 협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통상 SMA 협상은 기한 만료를 1년가량 남기고 개시되는데 한미는 11차 SMA 협상이 만료되는 2026년을 2년여 앞둔 시점에서 조기 협상에 착수했습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12차 SMA 협상을 미국 대선 전에 조기에 마무리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하더라도 재협상에 나서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방위비 인상 시도에 하나의 방어벽을 쌓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한국국방연구원 출신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SMA 협상이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한미 연합훈련 비용과 전략자산 전개 비용 등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12차 SMA 1차 회의에서 한국은 '합리적 수준'을, 미국은 '방위태세 유지'를 강조하며 입장 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집니다. 때문에 미국 대선까지 6개월여의 시간 밖에 남지 않아 조기 타결이 쉽지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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