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대형 기자] 아시아 최초의 '기후 소송' 첫 공개 변론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렸습니다. 정부의 기후위기 부실대응으로 기본권이 침해됐다며 제기된 이번 소송에서 청구인 측은 "정부가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평가해보면 참담한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청구인 측은 23일 헌재에서 열린 기후위기 소송에서 "이 사건 심판대상인 녹색성장·탄소중립기본법 및 시행령이 정한 탄소중립목표는 지나치게 안이하고 최소한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정부 측은 "기후변화 대응은 감축과 적응 대책의 종합적인 접근이 중요하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습니다.
청구인 측 "기후대응평가지수 67개국 중 64위"
청구인 측 대리인은 "기후변화는 우리가 경험한 그 어떤 문제보다 심각하고 광범위하게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최근 유럽인권재판소는 스위스 정부의 미온적인 기후대응이 국민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진국만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기후대응 평가지수를 보더라도 67개국 가운데 64위"라며 "정부는 지금까지 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단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실패에 대비한 기본계획도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산업 부문이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약 36%를 차지하는데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큰 산업 부문 감축률을 대폭 줄여줬다"며 "탄소배출은 비용이고 과세대상이 되고 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게 산업과 경제에 이익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 측 "기본권 침해 현재성 구비 안 돼"
반면 정부 측 대리인은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이행가능한 모든 수단 동원하고 있다"며 "탄소배출 감축은 이상적인 목표의 수립이 아니라 현실적인 목표의 이행이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다른 주요 선진국에 비해 산업구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여러 여건에서 즉각적인 감축이 부담스럽다"며 "무리한 온실가스 감축은 경제적 부담과 기업 경쟁력 약화를 초래해 도리어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청구인 측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아울러 "이 사건 심판대상 중 녹색성장법은 폐지됐으므로 공권력 행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권력 작용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가 현저히 일어나야 하는데 기본권 침해가 장래에 나타날 수 있는 것에 불과한 경우 현재성이 구비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사건에서 정부는 기본권 수호자 위치에 있으므로 과소보호원칙이 적용된다"며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실현이 명백히 불가능한지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 공개변론
헌재는 이날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낸 기후위기 소송 4건을 병합해 첫 공개변론을 진행했습니다. 이는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 공개변론으로,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19명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지 4년 만에 개시됐습니다.
주된 심판 대상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및 시행령, 국가 탄소중립 기본계획 등에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로 줄이는 것'으로 정한 부분입니다.
청구인들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충분하지 않아 환경권·생명권·건강권·행복추구권 등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합니다.
앞서 지난해 8월 국가인권위원회도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위헌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헌재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국내 첫 기후소송이 열린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종석 헌재소장이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 부실이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을 위해 자리에 착석해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대형 기자 april2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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