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구본준 회장 체제의 LX그룹이 LG로부터 계열분리 4년 차에도 아직 범LG 계열에서 매출액의 상당 부분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신사업 발굴과 조직 개편에 뛰어들며 진정한 탈 LG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후계 구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장남 구형모 LX MDI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도 풀이됩니다.
LX그룹 CI.(사진=LX홀딩스)
23일 업계에 따르면 LX그룹 캐시카우인 LX인터내셔널이 LG와 계열 분리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 매출 상당 부분을 LG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LX인터내셔널 주요 매출처인 LG전자와의 매출 비중은 2021년 45%, 2022년 37.3%, 2023년 약 42.8%에 달합니다. LX그룹 전체로 봤을 때 계열 분리 전에는 거래 물량의 약 60%가 그룹 내에서 발생했습니다. LX로 분리된 이후에도 매출의 절반 정도를 범LG 계열이 책임지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LX그룹은 최근 범LG 계열 바깥에서 매출처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LX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월 한국유리공업을 인수하고 사명을 LX글라스로 변경했습니다. 지난 2022년 10월엔 바이오매스 발전소 포승그린파워 지분 63.34%를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소재와 친환경 발전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한 겁니다.
LX판토스는 범LG 계열 거래 담당 주력 부서를 두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섰습니다. 지난 11일 포워딩사업부와 W&D사업부의 2부 체제에서 4부 체제(△해운사업부 △항공사업부 △KAM(Key Account Management) 사업부 △W&D사업부)로 확대 개편했습니다. 물류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LG의 그늘에서 벗어나 LX그룹만의 사업을 일궈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LX그룹의 이런 노력은 후계자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장남 구형모 LX MDI 사장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도 보입니다. LX MDI는 그룹 계열사의 사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경영 컨설팅, IT·업무 인프라 혁신, 미래 인재 육성 등을 담당하는 경영개발원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억7100만원에 그치는 등 그동안 큰 성과가 없어 구형모 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구본준 LX그룹 회장은 올해 만 73세지만, LX그룹의 후계 구도는 아직 안갯속입니다. 하지만 그룹이 매출처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 이상 LX MDI와 구형모 사장이 그룹 싱크탱크로서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보여줄 기회가 마련됐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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