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한국지엠 창원공장이 이달 말을 끝으로 1.5ℓ SGE(Small Gasoline Engine) 엔진(이하 1.5 엔진) 생산을 중단합니다. 이렇게 되면 창원공장에서 제너럴모터스(GM) 차량에 적용되는 엔진 생산은 없게 되는데요. 업계에선 GM이 국내 사업을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9일 업계 및 한국지엠 노조에 따르면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이달 말까지만 1.5 엔진을 생산합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사진=한국지엠)
1.5 엔진은 북미 수출용으로 쉐보레 말리부 차량에 적용되고 있는데요. 2022년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던 말리부가 국내 단종된 이후 1.5 엔진만 생산이 계속 이뤄져 왔습니다. 하지만 GM이 올해 2025년형 말리부 출시를 앞두고 1.5 엔진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하면서 국내 생산도 끝나게 됐습니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만 1.5 엔진을 생산한다"며 "2025년형 말리부에 들어가는 1.5 엔진은 미국 페어팩스 공장에서 생산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현재 한국지엠 국내 공장 중 GM 차량에 들어가는 엔진을 생산하는 곳은 부평1공장이 유일합니다. 현재 트레일블레이저 1.35ℓ 엔진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엔진은 멕시코에서 들여옵니다.
한국지엠 노조는 1.5 엔진 생산 지속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1.5 엔진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미국에서 생산한다는 건 국내 사업 축소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데요. 한국지엠은 2022년부터 말리부, 트랙스, 스파크를 단종했습니다. 그 사이 한국지엠 생산 규모는 2018년 44만대 수준에서 2022년 26만대 수준으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한국지엠 생산량 추이.(그래픽=뉴스토마토)
이 관계자는 "그동안 1.5엔진을 10만대 생산해왔는데 지난해 8만대로 줄었다"며 "결국 미국에서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것으로 한국에서 투자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업계에선 미국 정부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동차 업계와 노동자들의 반발에 밀려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를 완화한데 따른 일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자동차 산업 중심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빠르게 옮겨 갈 경우 대량 실직을 우려해 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 완화는 미국 정부가 전기차로 급격히 전환하면 내연기관차를 주로 생산해온 전통적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라며 "내연기관차 생명이 연장되면서 이번 1.5 엔진도 GM이 고용문제와 맞물려 미국에서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한국지엠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사측에 1.5 엔진 생산을 요구할 방침입니다. 노조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에 이어 엔진 생산을 요청하고 있음에도 GM이 한국 사업장에 대한 투자 의지가 없다고 지적하는데요. 노조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생산도 지속 요구하고 있습니다. 2022년 11월 폐쇄된 부평2공장에 대한 전기차 공장으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는 것인데요.
특히 올 초 GM에서 부평공장에 PHEV 시설을 투자하겠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검토 단계에서 취소됐습니다. 업계에선 한국 정부와도 논의가 됐지만 미국 정부의 전기차 속도 조절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져졌습니다.
전기차 생산 역시 한국지엠 측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의 가장 큰 축으로 친환경 미래차 및 1.5 엔진 생산을 꼽은 만큼 이와 관련 노사간 마찰도 예상됩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전기차 1종이라도 생산되면 신뢰성을 높이면서 한국지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현재는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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