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이효진 기자] 주주행동주의로 주주제안이 늘어나면서 부결 있는 주주총회 수가 급증세를 보입니다. 100% 가결률, 거수기 주총이 흔했던 국내 시장에 큰 변화 흐름이 감지됩니다. 더욱이 주주제안이 가결되는 경우가 드물었으나 올해는 한미사이언스나 태광산업 등 가결된 선례도 남겼습니다.
1일 <뉴스토마토>가 지난달 29일까지 열린 주요 상장사(매출 1조원 이상) 정기 주총 88건을 분석한 결과, 부결 있는 주총은 10건이 확인됐습니다. 작년 4건에서 6건이나 늘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이미 소액주주 및 기관투자자의 주주제안 채택 확대로 부결 있는 주총이 늘었던 바 있습니다. 88개 상장사의 지난해 주총 안건 부결률도 올해 좀 더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평균 부결률은 1.7%. 올해는 2.6%로 0.9%포인트 올랐습니다.
88개 상장사 주총에 오른 총 안건 수는 568개입니다. 그중 541개가 가결되고 27개가 부결됐습니다. 부결된 안건은 대부분 배당 확대 또는 자사주 소각이나 이사 선임안 등 주주제안입니다. 주주제안이 가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올해는 이변도 생겼습니다.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분쟁 중 지배주주 반대 측(임종윤·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이 표결에서 승리해 그들이 주주제안한 이사 후보 선임(5명)안이 모두 가결됐습니다. 또 태광산업은 지배주주 측이 행동주의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주주제안(사외이사 3인 선임안)을 모두 수용해 부결이 없었습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작년에도 주주제안했으나 모두 부결된 바 있습니다. 이번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 수사를 받는 상황을 고려해 분란을 피한 의도가 엿보입니다.
소유분산기업인 KT&G는 최대주주 기업은행이 추천한 후보를 물리치고 사측 추천 후보(방경만 사장)가 선임(가결)됐습니다.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것이 예상 밖 결과를 낳았습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출 시 주당 1표가 아니라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합니다. 표 몰아주기가 가능해 재계에선 경영권 방어가 어렵단 이유로 도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최대주주 의사에 반하는 결과가 이번 집중투표에서 도출됐습니다.
주주행동주의 주주제안 확대 흐름에 올라타 경영권분쟁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한미사이언스를 비롯해 고려아연, 금호석유화학 등이 분쟁을 치렀습니다. 이에 재계에선 경영권 불안감을 호소하며 보호 수단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요청 중입니다. 대신 활발한 주주제안은 국내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일부분 해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주주행동주의가 활발해진 점은 사실이나 여전히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생각된다. 한미약품의 경우 2대 주주(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가 형제들 손을 들어준 결과이지 주주행동주의의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주주행동주의 영향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고려를 좀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된 점은 고무적"이라고 논평했습니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주주행동주의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그 효과와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재영·이효진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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