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중국이 예전 중국은 아닌 것 같아요."
스웨덴 볼보를 중국 지리자동차가 인수했을 때만 해도 "중국산이 된 볼보를 누가 사냐"는 비아냥거림이 거셌습니다.
볼보 XC60.(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스웨덴산을 고집했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60마저 중국에서 들여온다고 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현실은 없어서 못 팔정도입니다. 업계에선 '중국산' 꼬리표에 대한 거부감이 옅어진 것이 볼보의 성장 원인으로 분석합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생산 XC60(마일드 하이브리드) 물량은 대부분 소진됐습니다.
한 볼보 대리점 관계자는 "XC60 B5 트림은 중국산 물량이 남아 있지 않고 B6 트림 일부만 출고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볼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B5 중국 물량은 없고 B6도 발품을 팔아야 한다", "스웨덴산은 현재 2년 정도 대기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해 9월부터 이달까지 중국 청두공장에서 생산된 2024년식 XC60을 출고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판매되는 XC60은 스웨덴 토슬란다 공장에서 생산된 모델이었습니다. 볼보코리아가 중국산 모델을 들여온 건 XC60의 출고 대기기간이 길어지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함인데요. 당시 XC60을 받으려면 18개월 이상 소요됐습니다. 현재 중국산 XC60은 계약 후 1~2개월 안에 출고되고 있습니다.
당시 소비자들 사이에선 중국산 차량 품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특히 스웨덴 제조로 알고 계약했는데 갑자기 제조국이 바뀐 데 따른 불만이 많았습니다.
볼보코리아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보증기간을 기존 5년, 10만km에서 7년, 14만km로 연장했습니다. 출고도 빠르게 진행되면서 중국산 리스크에 적극 대응했죠. 결과적으로 올해 XC60 판매 비중이 늘면서 볼보코리아의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인데요.
실제 지난해 XC60 판매량은 5831대로 전년 대비 136.9% 증가했습니다. 올해 역시 2월까지 901대가 팔리며 볼보코리아 전체 판매량 1926대 중 46.8%를 차지했습니다. 볼보코리아가 올해 수입차 판매량 3위에 오르는 데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죠.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보증 연장 해주고 중국 이질감 사라지면 굳이 스웨덴산을 힘들게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볼보코리아는 다음달부터 스웨덴 생산 XC60을 공급함에 따라 출고 대기기간은 대폭 길어질 전망입니다.
볼보 EX30.(사진=볼보자동차코리아)
업계 관계자는 "볼보의 경우 S90 등 그동안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지만 주행 성능과 품질 마감 등에서 차이가 없고 오히려 가격은 낮아지며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꿔 놓았다"고 말했습니다.
볼보코리아는 올해 상반기 소형 전기 SUV EX30을 출시하며 판매량 반등에 나섭니다. EX30의 경우 4945만원부터 시작해 보조금을 100% 지급받는 국산·수입 전기차와 정면 대결을 예고했는데요. EX30은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허베이성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이만식 볼보차 세일즈&마케팅 총괄 전무는 "볼보는 전 세계 많은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동일한 기준과 품질로 출고된다"며 "생산지에 관계없이 안전, 사람, 환경에 대한 브랜드 철학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볼보 뿐만 아니라 국내 중국산 자동차 판매량은 늘어나고 있는데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서 팔린 중국산 자동차는 2만6389대로 전년 대비 107.3% 증가했습니다. 전체 수입차 판매량 29만6450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9%로 4.8%p 상승했습니다. 독일산(40%), 미국(19.7%)에 이어 최초로 3위 수입국으로 올라섰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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