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양대정당들이 구멍 뚫린 공천 부적격 심사기준을 적용하면서 전과·피고인 신분인 현역 국회의원들을 거의 걸러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7일 경실련 강당에서 양대정당 공천 부적격 심사기준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공직자로서의 자질과 도덕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양대 정당 모두 현역의원 물갈이를 예고하며, 공천 부적격 심시기준 강화를 약속했습니다.
양당은 앞다퉈 공천개혁을 부르짖으며 음주운전, 성범죄 등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은 범죄와 연관된 인물들을 배제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천이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에서 공천심사 결과를 살펴보면 거론됐던 상당수의 현역 의원들이 살아나거나 배제되지 않았습니다.
양대정당 공천 부적격 심사기준 실태 . (자료=경실련)
81명 중 71명 빠져나가는 공천 부적격 심사기준
경실련 조사결과 국민의힘과 민주당 소속 현역의원 중 81명이 전과 이력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21대 국회 기간 재판이 진행 중 혹은 형이 확정됐습니다.
양당이 외친 구호대로다면 이들 전부 혹은 대부분이 이번 공천에서 배제돼야 하지만, 부적격 심사기준에 따라 배제된 인원은 단 10명에 그칩니다.
부적격 심사기준으로 걸리진 비율이 단 12.3%에 그친 겁니다. 나머지 71명은 전과가 있거나 피고인 신분임에도 공천에 아무 제약을 받지 않습니다.
민주당을 살펴보면 21대 총선 기준 전과를 갖고 있는 인원은 총 70명, 이 중 민주화운동 관련을 제외하면 33명이 해당됩니다.
그러나 이들 33명 중 민주당의 공천 부적격 심사 기준을 적용하고나면 이학영 의원, 김홍걸 의원, 김민석 의원, 신정훈 의원 단 4명만 남습니다.
마찬가지로 21대 임기 중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형이 확정된 민주당 의원은 22명입니다. 이 역시 공천기준을 적용하고 나며 실제 부적격을 적용할 수 잇는 의원은 임종성 의원, 박완주 의원, 이상직 의원, 최강욱 의원 4명입니다.
이는 부적격 심사기준을 적용할 때 여러 세부적인 조건들이 까다롭게 붙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음주운전이라하더라도 모든 음주운전 전과자가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15년 이내 3회, 10년 이내 2회 이상, 윤창호법 시행 이후 적발 시에만 적용 가능합니다.
공천과 밀접한 선거법 위반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에도 벌금형이 아닌 금고 및 집행유예 이상만 적용되며, 본인의 선거운동 관련 경우라는 단서조항이 붙습니다.
국민의힘도 21대 총선 기준 전과를 갖고 있는 의원은 22명, 민주화운동 관련을 제외하면 20명입니다. 21대 임기 중 재판 중이거나 형을 확정받은 의원도 13명이나 됩니다.
국민의힘 부적격 심사기준을 살펴보면 음주운전 20년 이내 3회, 10년 이내 2회 이상, 윤창호법 시행 이후 적발 시 원천 배제됩니다. 강력·선거·재산범죄의 경우 재판이 진행되더라도 집행유예 이상 판결을 받는 경우만 적용됩니다.
결국, 국민의힘 가운데 이 기준을 다 따지고나면 전과 기준으로는 박성민 의원, 재판 관련으로는 정찬민 의원 각 1명씩만 해당됩니다.
경실련은 7일 경실련 강당에서 양대정당 공천 부적격 심사기준 실태를 발표했습니다. (사진=박용준 기자)
경실련 “예외조항 삭제, 공천심사 투명 공개”
이번 조사를 발표한 경실련은 공천 부적격 심사기준을 관대하게 적용하는 과정에서 부적합한 후보들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국민들은 이번 공천 개혁도 물건너갔다 총선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분노감과 실망감만 커지고 있다”며 “인물경쟁 기대했지만 과연 그런 인물경쟁할만한 공천이 이뤄져있는가”라고 비판했습니다.
대안으로 경실련은 공천기한을 선거 60일 전까지 법제화하고 후보자 추천과정을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 과감하게 심사기준을 적용해 자질이 떨어지는 현역 의원을 배제하고 공천심사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은 “그물코를 너무 성기게 얼기설기 만들어 놔서 이 크라임 히스토리(전과)를 가진 사람들이 국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막 우후죽순으로 공천이 이루어지다 보니까 이 사람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됐는지를 국민들이 차분히 살펴볼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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