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법 부결 수순…반전카드 없는 민주당
국민의힘 이탈표 기대 어려워…민주, 총선 전략 차질 불가피
2024-02-23 18:01:39 2024-02-23 19:16:34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컷오프'에 반발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 중인 노웅래 의원과 면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 도입 법안)이 이달 말 재표결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부결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국민의힘의 현역 의원이 단 한 명도 컷오프(공천 배제)되지 않으면서 재의결에 필요한 이탈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공천 정국과 맞물려 '김건희 특검 표결'을 총선 승부수로 띄웠던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입니다. 
 
민주당은 오는 29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을 재표결에 부칠 예정입니다. 앞서 쌍특검법은 지난해 12월28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8일 만인 지난달 5일 쌍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애초 기대한 '17명 반란표' 무색
 
쌍특검법이 재의결되기 위해선 국회 재적의원(297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합니다. 국회 재적의원이 모두 출석한다고 가정했을 때 198표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됩니다. 구속된 윤관석 무소속 의원을 제외하고 민주당과 녹색정의당·개혁신당·새진보연합·진보당·새로운미래 등 야당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을 모두 합치면 181명입니다. 이에 따라 쌍특검법이 통과되기 위해선 국민의힘과 여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 중 최소 17표의 이탈표가 나와야 합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현재 상황을 종합할 때 17명 이상의 반란표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당초 민주당은 공천에서 탈락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탈을 기대하며 재표결 시기를 미뤄왔습니다. 하지만 23일 오후 기준 국민의힘 현역 의원 중 컷오프된 인사는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무기명 투표는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민주당이 재표결 시점을 29일로 정한 것은 최근 당내 공천 논란에 대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 여사 의혹을 다시 부각시켜 공천 갈등으로 뒤숭숭한 당내 분위기를 바꾸고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에 나서겠다는 의도란 겁니다.
 
거부권 행사에 따른 재표결은 시한이 없음에도 이번에 추진하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 불만을 갖고 당 기조에서 벗어나 표결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습니다. 민주당은 재표결이 부결되면 부결되는 대로 여론전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의힘에 '김건희 여사 감싸기' 프레임을 덧씌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 지지율 하락세…'반윤'밖에 없는 총선 전략
 
'김건희 특검법'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한 채 폐기될 경우 '김건희 특검'을 대대적으로 띄우려던 민주당의 총선 전략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여기에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세 국면에 있는 점을 감안하면, 총선 때까지 쓸 카드도 보이지 않습니다.
 
앞서 지난 20일 공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결과(2월17~18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 따르면, 4·10 총선 지역구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43.2%로, 민주당 후보를 선택한 응답(41.7%)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당 지지도 흐름으로 보면, 최근 3개월동안 민주당의 지지율은 지난해 12월2주차 조사 때 45.3%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월 2주차 조사 땐 43.8%까지 내려왔습니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은 34.0%에서 38.1%로 점차 상승하는 흐름이었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국 '김건희 특검법' 부결 이후 민주당의 총선 전략은 반윤(반윤석열) 프레임 외엔 마땅한 게 없는 상황입니다. 쌍특검법 외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 재표결 추진이 정부여당을 압박할 수 있는 민주당의 반전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다만 쌍특검법과 마찬가지로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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