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가 인턴 업무까지…의사 이탈에 병원업무 과부하
현장서 불법 의료행위 우려도
2024-02-22 16:40:01 2024-02-22 17:55:03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를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대규모로 병원을 이탈한 지 사흘째인 22일, 병원에 남은 의료진과 환자들은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며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전공의들이 처리하던 업무까지 간호사 등 타 직군에 전가되면서 의료현장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이날 오전 삼성서울병원 입구 한쪽에는 ‘의대정원 증원 이슈로 인한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내원객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라는 진료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접수창구는 대기인원으로 붐볐지만, 외래진료는 정상적으로 운영됐습니다.
 
정형외과 외래진료를 왔다는 박모씨(63)는 “의료진 파업으로 진료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예약대로 진료를 받았다”며 “아직 크게 와닿는 일은 없지만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아 다음에 올 때는 어떻게 되는건지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22일 오전 삼성서울병원 수납창구에서 내원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하지만 주요 대형병원들의 수술 일정에는 차질이 생기고 있습니다. 응급환자와 위중증환자 위주로 수술을 하면서 진료와 수술을 최대한 미뤄 전공의들의 이탈에 대응하고 있는 겁니다.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해 이른바 ‘빅5’ 병원들은 30~50%가량 수술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삼성서울병원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지난 19일 전체 수술의 10%를 줄인 데 이어, 전날까지 40%를 줄였고 앞으로 추가적으로 예정된 수술이 연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의료현장에선 전공의 공백으로 병원에 남은 의료진들의 업무 과부하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서울 한 대형병원의 7년차 간호사는 “병원 인력이 부족하니까 상처 드레싱이나 처방 입력 작업 같이 전공의가 하던 업무를 간호사들이 맡는 경우들이 늘었다”며 “근무시간이 연장되고 통상근무를 3교대 근무로 변경하는 일도 있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22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입구에 진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불법 의료행위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되면 진료지원(PA)간호사 등 외부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지만, 현행 의료법상 PA간호사가 전공의 의료행위를 대신하는 건 불법입니다.
 
전공의 업무, 간호사 등에 전가
 
PA 업무를 담당하는 한 간호사는 “기존에도 의료법상 합법과 불법 경계에 있는 불안정한 위치였는데, 현재 전문의들이 지시하는 업무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며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개인이 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20일부터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부당한 의료행위 지시에 대한 신고를 접수 받고 있습니다.
 
실제 간호사와 임상병리사 등이 소속된 보건의료노조는 의료현장에서 전공의 업무가 간호사 등 타 직군에 떠넘겨지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조가 파악한 상황에 따르면 세척과 드레싱, 동맥혈액가스 검사나 항암포트 삽입, 동의서 서명 등 인턴과 레지던트 업무들이 타 직군에 전가되고 있습니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일반간호사를 아무런 교육·훈련도 없이 PA간호사로 배치해 의사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병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전공의 진료 중단에 따른 불법의료 발생이나 의료사고 위험, 환자들의 민원들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측은 “전공의는 피교육자 신분으로 의료기관 내에서 필수유지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며 “그런 인력들이 빠져나갔다고 해서 병원 기능이 마비된다면, 이거야말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잘못됐다는 반증”이라고 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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