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DGB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숏리스트)이 확정된 가운데 여느 때보다 외후 출신 후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주력 계열사인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있는 만큼 대형 시중은행과 금융지주를 이끌 역량이 중요한 시기인데요. 외부 출신 후보들 역시 본인의 직무 경험을 살려 DGB금융의 대전환을 이끌겠다고 다짐을 밝혔습니다.
'재무통' 김옥찬, 유일한 지주 경영 경험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최근 김옥찬 전 KB금융지주 사장과 권광석 우리금융캐피탈 고문, 황병우 현 DGB대구은행장을 숏리스트로 발표했습니다. 내부 출신 후보 1명과 외부 후보 2명의 경쟁구도인데요. 그간 금융지주 회장 최종 후보군에서 외부 후보들이 최대 1명으로 포함되는 등 '들러리'를 섰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김옥찬 전 KB금융 사장의 경우 시중은행과 금융지주를 모두 이끈 경력이 강점입니다. 김태오 현 DGB금융 회장이 하나금융지주 출신인 것을 고려하면, 금융지주사의 역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김 전 사장이 유력 후보에 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김 전 사장은 KB국민은행에서 근무할 때부터 증권과 보험 등 금융업 전반에 대한 업무를 두루 경험했습니다. KB증권의 전신인 현대증권의 인수·통합을 주도하는 등 비은행 사업을 확장하며 KB금융지주 내에서 '재무통'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KB금융은 윤종규 전 회장 체제일 때 비은행 부문 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김 전 사장을 금융지주 사장으로 선임했는데요. 당시 KB금융 사장직이 '부활' 보직이었다는 점은 김 전 사장의 비은행 역량이 높게 평가됐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외부에서는 SGI서울보증 사장, 홈앤쇼핑 대표이사를 역임하며 비은행 경험을 쌓기도 했습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후에는 DGB금융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비은행 사업 역량이 가장 중요할 전망입니다.
김 전 사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DGB금융이 새롭게 거듭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며 "시중은행과 금융지주, 비은행사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이 (DGB금융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DGB금융지주는 최근 차기 회장 숏리스트 3명을 발표했다. 숏리스트에 포함된 김옥찬 전 KB금융 사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황병우 DGB대구은행장. (사진=각사)
'외부 출신' 권광석, 온라인 경쟁력 강조
권 전 행장의 경우 지주·은행·IB·자산운용·캐피탈 등 다양한 업권을 경험한 것이 강점입니다. 우리은행장 취임 당시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가 터진 후였지만 실적 개선을 이뤘습니다. 그가 재임했던 2021년 우리은행은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74% 증가한 2조375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누적 순이자마진(NIM)은 1.42%로 전년 말 대비 0.13%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그는 행장 재직 당시 디지털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우리금융이 회장직과 행장직을 분리한 후 첫 행장이었을 때는 지주가 은행 확장, 은행이 디지털에 집중하며 각자도생을 했다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권 전 행장은 오프라인 은행도 온라인 전략이 중요하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시중은행들은 비이자이익, 비은행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미 기존의 시중은행 시장은 포화상태인데다 온라인 역량을 강화하며 점포를 축소하고 있는 추세이고,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은행이 디지털 역량을 앞세우며 치고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권 전 행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몸집이 작아서 불리했던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이제는 온라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쟁자로 부상했다"며 "빅테크·핀테크, 오프라인에 레거시를 둔 금융그룹의 영역 사이에서 융복합적인 전략을 잘 세울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이어 "미국 월마트를 예로 들면 오프라인만 하다가 온라인의 아마존이 치고 올라오니 결국 온라인 비즈니스를 확장했고, 반대로 아마존은 온라인에서 시작하다가 홀푸드 마켓 같은 오프라인 거점을 인수했다"며 "이는 온라인상 거래에 따른 편의성도 있지만 오프라인 거점에서 고객 접점을 통한 경험치도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영통' 황병우, 유일한 DGB맨
마지막 후보인 황 행장은 세 후보 중 유일하게 시중은행 경험이 없는 'DGB맨'입니다. 그는 대구은행 DGB경영컨설팅센터장, 기업경영컨설팅센터장, 본리동지점장 등을 지냈습니다. 김태오 회장 취임 후 지주 비서실장, 그룹 미래기획총괄 겸 경영지원실장 등 요직을 거치며 DGB금융의 사정을 어떤 후보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경영전문가로 꼽힙니다.
지역 기반 금융사의 특성상 지역 경제계에서는 DGB금융 출신 인사가 차기 회장에 선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의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완성한 현직 회장이 후방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유력 후보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다만 금융당국이 내부 출신 인사에 유리한 회장 후보 추천 과정을 문제삼고, 외부 인사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변수입니다. 이번 숏리스트에도 외부에서만 2명의 인사가 결정됐습니다. 외부 후보가 들러리를 선 것이 아니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황 행장에게 편중된 구도는 유리하다고만 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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