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 전면 시행에 따라 정부가 '산업안전 대진단'을 통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나선다는 입장이나 물리적 한계가 예상됩니다.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83만7000개에 달하는 사업장을 들여다보기에는 인력과 인프라가 미비하기 때문입니다.
고용당국은 산하기관의 산업안전보건공단 인력을 최대한 참여시키고 다른 부처와 협회 등의 협조를 구한다는 방침이나 형식적 진단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고용노동부는 국내 83만7000개의 50인 미만 기업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이행할 수 있도록 4월 30일까지 '산업안전 대진단'을 집중 추진한다고 29일 밝혔습니다.
산업안전 대진단은 안전보건 경영방침·목표, 인력·예산, 위험성평가, 근로자 참여, 안전보건관리체계 점검·평가 등 10가지 핵심 항목을 온·오프라인으로 진단합니다.
또 전국 30개 권역에 대해서는 산업안전 대진단 상담·지원센터를 구성·운영하겠다는 계획입니다.
29일 고용노동부는 오는 4월까지 50인 미만 83만7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안전 대진단'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한 공사장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대진단 가용 인원은 조사 대상에 비하면 부족한 실정입니다. 현재 산업안전감독관의 규모는 800명으로, 83만7000개의 사업장을 조사하기엔 역부족입니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공단과 민간기관의 인력 투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특별히 새로 사람을 뽑아서 투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고용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의 현재 인력들이 최대한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사업장의 신청 급증에 대비하고 있다. 저희 뿐 아니라 다른 부처와 협회 등이 협조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현재로서는 인력 부족 문제보다 최대한 많이 홍보해 (대진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이성희 고용부 차관은 “현장의 절박한 호소에 답하고자 50인 미만 기업이 조속히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산업안전 대진단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산업안전 대진단은 50인 미만 기업이 중대재해 예방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하는 매우 소중한 기회다.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려의 시선은 거듭되고 있습니다. 이번 산업안전 대진단은 실적 채우기식 조사에 그치면 안 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대진단을 하는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안전 진단을 해서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장별로 컨설팅을 해줘야 한다"며 "지금 나오는 대책들이 형식적으로 되거나 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지지부진한 중대재해 사건 수사 상황도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10건 중 6.5건에 대한 수사가 여전히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2년간 발생한 중대재해 사고 510건 중 65.7%에 달하는 사건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종결됐거나 검찰로 송치된 사건은 175건(34.3%)에 불과합니다.
실효적인 중대재해 예방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사후 관리까지 철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병훈 명예교수는 "법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숫자나 실적을 위해, 혹은 형식적인 형태로 진단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몇 개 업체를 살펴봤다는 식의 실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진단을 한) 업체들에 대해서는 정말 중대재해 발생 여부가 있는지를 보고 충분히 예방할 수 있도록 컨설팅 등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한편 인천국제공항공사, 국가철도공단,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환경공단 등 10대 공공기관의 전체 연간 발주공사 물량(작년 1만2000개소) 80% 이상이 50억원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9일 고용노동부는 오는 4월까지 50인 미만 83만7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안전 대진단'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출근하는 직장인들. (사진=뉴시스)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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