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정치적 상상력
2024-01-24 06:00:00 2024-01-24 06:00:00
역사에 가정은 없습니다. 그러나 후세사람들이 역사를 배울 때는 ‘만약’이라는 가정에서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특히 무척 안타까운 사건이나 큰 실패의 사례는 나만의 상상력을 펼치는 경우가 있지요. 특히 정치에서는 과거 회고의 상상력이 아니라, 현실에서 정치를 잘하려면 더욱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현재가 곧 미래이니까요. 그래서 야심만만한 젊은 정치인은 “정치는 상상력이다”라는 구호를 쓰기도 합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로 시간을 돌려서, ‘만약’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정치적 상상력을 발동해 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와 대화하고 타협의 정치를 펼쳤으면 어땠을까요? 윤 대통령이 추진한 연금 노동 교육개혁이라는 3대 개혁이 첫발은 떼고 상당한 진전을 이루지 않았을까 합니다. 야당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는 제스처가 영수회담입니다. 당 총재 시절도 아니니까 회담 명칭은 바꿀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범죄자 취급을 하니, 대화는커녕 마주 앉지도 않았습니다. 역대 대통령은 무슨 계기를 마련하여 일부러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유별나게 많은 외국 방문 후에 성과 설명회라는 명분으로 야당 대표를 초청할 수도 있는데 공을 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30% 중반으로 말해 주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 선거 직후에 외국으로 연수하러 갔다면 어땠을까요? 역대 대통령 선거 이후, 낙선자는 당선자를 위해 자리를 피해주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습니다. 특히 양대 정당의 유력 대통령 선거에서는 예외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을 만들어 출마하고, 뒤이어서 당대표 선거에 나가서 당선되었습니다. 0.7% 차이로 낙선하여 ‘졌지만 잘 싸웠다’ 분위기를 이용하여 정치적 재기를 하였습니다. 일부에서는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해 했다고 하고, 또 일부에서는 그렇게 당대표가 되었기에 집중적인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고 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얄미운 처세를 하는 야당 대표라 하더라도 보복의 수단으로 검찰이 동원되는 것은 불행한 일입니다. 만약 이재명 후보가 외국으로 연수를 갔다면, 검찰이 소환하고 압수수색하고 탄압을 할 수 있었을까요? 대선 이후 약 2년 만에 이번 설날, 공항으로 귀국해서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상상해 봅니다. 그러면 선거 판세가 지금과 같을까요?
 
만약, 이준석 당대표가 국민의힘에서 쫓겨나지 않고, 지금까지 당대표를 하고 있다면 국민의힘 지지도가 지금 같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당정관계를 수직적으로 통제하고, 당무 개입을 노골적으로 계속할 수가 있었을까요? 이준석 당대표가 탈당하여 보수개혁을 외치는 개혁신당을 창당할 일도 없을 것이며, 여당은 의회 과반수 확보를 현실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국정을 발목을 잡는 야당이라고 총공세를 펼치고 있지 않을까요? 지금처럼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특검과 명품 가방 처리로 약속대련을 하고 있지는 않겠지요.
 
비교적 가까운 시일에 벌어졌던 정치 일정에 ‘정치적 상상력’을 발동해 보니 세상이 달라져 보이지 않습니까? 정치인은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미래의 가치가 더 중요합니다. 정치인의 지지율은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는 국민이 과거에 대한 보상입니다. 정치적 상상력은 현재보다 미래를 사는 정치인의 것입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