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벼랑 끝 '한동훈 현상'
'김건희 역린' 건들자…현재·미래 권력 '정면충돌'
2024-01-23 06:00:00 2024-01-23 06:00:00
초유의 여권 내부 권력투쟁. 트리거(방아쇠)는 이른바 역린이 된 김건희 리스크. 적전 분열의 방아쇠를 잡아당긴 윤석열 대통령. 윤심(윤 대통령 의중) 메신저 역할을 한 '왕실장' 이관섭(대통령 비서실장)과 '행동대장' 이용(국민의힘 의원). 윤 대통령의 사퇴 압박을 단칼에 거절한 정권 2인자. 지난 21일 반나절 동안 여권 내부에서 벌어진 '막장 드라마'의 줄거리입니다.
 
핵심 소재는 '왕의 무소불위 권력.' 비루한 판단력만 남은 왕은 무능·무염치·무위도식의 끝판왕으로 전락했습니다. 고려 후기 만적의 난과 같은 저항이 꿈틀대자, 왕은 왕세자를 내리꽂았습니다. '선민후사'를 앞세운 왕세자의 애민사상은 백성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왕세자는 백성의 지지를 바탕으로 탐욕에 빠진 '성역' 중전마마 처단에 나섰습니다. 
 
김건희만 차별화…한동훈 한계
 
여권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습니다. 총선 직전의 전례 없는 파워게임. 그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신성불가침 존재 김건희 여사. 정권 2인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김건희 역린 앞에선 아무 소용도 없었습니다. 국민의힘 전직 대표인 '이준석·김기현'과 운명 공동체 안에 묶였습니다. 이른바 윤석열정부발 '스핀 독재'(무력이 아닌 법적 수단을 통한 반대파 제거)의 서막이 열렸습니다. 
 
한 비대위원장의 미래가 궁금해졌습니다. 그의 등장은 신선했습니다. 화법도 기존 여의도 문법과는 달랐습니다. 공격 대상엔 '진영 논리'를, 지지층엔 '실용주의'를 선보였습니다. 지난달 26일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을 '개딸 전체주의'로 규정하면서도 지지층을 향해 '루쉰'(함께 가면 길이 된다)과 '윈스턴 처칠'(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의 명언을 차용한 게 대표적입니다. 전형적인 '공세적 방어' 전략입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입니다. 그는 많은 부분을 갈라치기에 할애했습니다. 그는 미합중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쓴 '동료 시민'을 차용하더니, 곧바로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오바마가 흑백의 차별 없는 통합 메시지로 쓴 동료 시민을 그는 '분열의 메시지'로 사용했습니다. 한 비대위원장은 22일에도 "운동권 특권 청산이 시대정신"이라고 말했습니다. 
 
'용산 아바타' 벗을 절호 기회 
 
'성찰'과 '반성'도 없습니다. 이명박(MB)정부 말기인 2011년 12월 19일, 19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4개월 앞두고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습니다. '절박한 심정'이라고 운을 뗀 그는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습니다. 반면, 한 비대위원장은 수락연설에서 난데없이 "나중에 뭐가 되고 싶으냐" 등의 장래희망으로 연설의 물꼬를 텄습니다. 운동권 청산을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다는 '현대판 신화' 만들기인가요. 
 
오바마의 메시지는 흑인과 백인의 '차별 없는 평등'이었고 박 전 대통령은 성찰 이후 '보수의 혁신'이었습니다. 한 비대위원장의 메시지는 반성은커녕 기승전 '대결'로 가득 찼습니다. 당신이 말한 '동료 시민의 여집합'은 누구입니까. 운동권 세력을 뺀 보수 우파만 동료 시민으로 지칭한 것은 아닌지요. 이념·카르텔을 앞세운 윤석열식 정치와 무엇이 다릅니까. '김건희 석 자'를 뺀 나머지 부분은 윤석열식 정치를 꼭 빼닮았습니다. 
 
정치는 흑백 논리가 아닙니다. 되레 적과 동침하는 '오월동주'에 가깝습니다. 일부 시민과 정면대결을 불사하는 한동훈식 운동권 청산은 2024년 우리의 꿈이 될 수 있을까요. '한 나라 두 시민'은 결코 시대정신이 될 수 없습니다. 앙시앵레짐(구체제) 타파를 역설한 당신이야말로 역설에 갇혀버렸습니다. 이참에 확실한 차별화에 나서십시오. 지지층에만 기대는 한동훈의 정치실험은 실패합니다. 벼랑 끝에 선 당신의 무운을 빕니다. 
 
최신형 정치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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