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삼성생명이 특별계정을 통해 삼성전자 주식을 수년째 팔고 있습니다. 반도체 업황 반등 신호로 작년 삼성전자 주가는 올랐는데요. 삼성생명은 연말까지도 ‘팔자’ 노선을 고수했습니다. 회사 정보 취득이 용이한 계열사가 주식을 팔면서 시장에 고평가 신호를 보내는 점은 삼성전자로선 부담입니다. 올해 반도체 업황 반등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삼성생명도 매수세로 돌아설지 주목됩니다.
2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삼성생명 특별계정은 작년 11월30일까지 매도우위를 지속했습니다. 당일 기준 지분율은 0.14%에 그쳤습니다. 삼성생명이 매도우위로 바뀐 시점은 2018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해 삼성전자는 주식 액면분할을 통해 주주 접근성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계열사인 삼성생명 특별계정은 그해부터 주식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전년말 0.36%였던 지분율은 2018년말 0.32%로 4%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이후 매년 지분은 2019년말 0.31%, 2020년말 0.27%, 2021년말 0.23%, 2022년말 0.17% 등 내리막입니다.
그 사이 반도체 업황은 역사적 고점에 올랐다가 하락하는 등 굴곡도 컸지만 삼성생명의 매도우위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 기간 주가에 영향을 미칠 지배구조 변수는 있었습니다. 고 이건희 회장의 지분 상속으로 상속세 이슈가 있었고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 국회 논의로 삼성전자를 둘러싼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도 존재했었습니다. 이제 상속세 이슈가 걷히고 보험업법 개정안은 당분간 국회 처리될 가능성이 희박해 외부 변수는 줄었습니다.
최근 삼성물산에 대한 헤지펀드 주주서한은 삼성생명 보유 주식 비중의 필요성을 높입니다. 특별계정은 의결권이 없으나 시중 주식 유통량을 줄여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습니다. 삼성생명 특별계정은 삼성물산에 대해선 2018년 매수우위를 보였습니다. 2021년과 2022년에도 매수세가 강했습니다. 그러다 작년엔 다시 주식을 절반 넘게(0.16%에서 0.04%로) 팔았습니다. 비중을 크게 줄였던 만큼 매수여력이 있는 셈입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3개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해 배당확대와 자사주 13.2% 전량 소각 방침을 밝힌 바도 있습니다. 배당의 경우 2025년까지 계열사 배당수익의 60~70% 수준을 재원으로 활용하고 주당 배당금을 2000원 이상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입니다. 자사주는 5년 내 전량 소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를 통해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오를 전망입니다. 이같은 경영권보다 시세차익이나 배당이 목적인 삼성생명 특별계정은 주주환원정책에 반응할지 관심입니다.
한편, 삼성전자 역시 분기배당을 실시하며 그간 주주환원정책을 확대해왔습니다. 다만 작년에는 반도체 사업이 적자를 본 데다 유보금을 대규모 인수합병(M&A)에 쓰기로 하면서 지출에 보수적인 방침을 내비친 바 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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