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을 거부할 권리
…' 2023년 끝자락에 펼쳐질 후폭풍. 미증유의 위기. 최악 땐 정권 도덕성의 회복 불능. 통치 명분의 상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특별검사)이 미칠 파장입니다. 현대판 아수라 게이트 의혹. 새삼 새롭지 않습니다. 합법을 가장한 불법과 불법을 감춘 합법의 얽히고설킨 먹이사슬. 추악한 가면을 쓴 채 그 판 위에 올라선 권력자들.
서슬 퍼런 검찰도 김건희 앞에선 무력화
'조용한 내조'는 애초부터 없었습니다. '요란한 실권자 행보'만 있었습니다. 급기야 대통령 부인이 연루된 초유의 주가조작 의혹. 핵심은 2009년 12월∼2012년 12월까지 김 여사 계좌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동원됐다는 블랙코미디.
그러나 서슬 퍼런 권력의 검찰도 김 여사 앞에선 한없이 작아졌습니다. 공소장에 김 여사 이름이 200번 이상 등장했지만, 검찰은 단 차례의 소환조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은 차고도 넘칩니다. 1심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도 김 여사 계좌 거래 중 49건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중 짜고 치는 거래로 불리는 통정·가장 매매는 48건에 달했습니다. 단순한 전주가 아니라 주가조작에 직접 나선 정황이 드러난 셈입니다. 전 정권 인사들을 향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검찰은 어디로 갔습니까. 언제부터 대통령 부인에게도 불소추특권을 적용했습니까. 신성불가침 영역인가요. 이쯤 되면 검찰발 신종 '김건희 방탄'입니다. 기획자는 누구입니까. 국민의힘입니까, 용산 대통령실입니까. 권력의 불나방들이 벌인 과잉 충성 경쟁입니까. 눈 떠보니 정의의 여신 디케가 증발했습니다.
국민의 임계점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의 111차 정기 여론조사(11월 25∼26일 조사·28일 공표·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국민 60.5%가 '김건희 특검' 추진에 찬성했습니다. 율사 출신 여당 의원들은 "문재인정부 친문(친문재인) 검사가 탈탈 털었는데, 기소도 못 하지 않았느냐"라고 반박합니다. 맞습니다. 김 여사는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V1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그러나 그것이 '특검 불가론'의 명분이 될 수는 없습니다. 검찰은 왜 불기소 처분도 내지 못한 채 지금껏 사건 종결 내기를 주저하고 있는 걸까요. 국민은 누가 'V1(VIP1·대통령)'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어디 이뿐입니까. 허위 경력 논란부터 본인이 운영한 전시기획사 뇌물성 후원금 수수 의혹 등등….
최근엔 명품가방 수수 의혹에도 휩싸였습니다. 함정취재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김 여사는 자신의 의혹을 정조준한 특검법이 발의(지난 9월 7일)된 지 불과 엿새 후 명품가방을 받았습니다. 온 나라가 영부인 리스크로 들썩일 때 김 여사는 이해충돌 의혹도 아랑곳하지 않고 명품가방 수수 논란을 자초했습니다.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미동조차 없습니다. 검·경도 인지조사는커녕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선택적 수사인가요. 여당에선 "너희는 깨끗하냐"며 방어막을 칩니다. 전형적인 피장파장 오류입니다.
정의와 공정을 외친 강골 윤 대통령은 어디에 있습니까. 로마제국 신학자 아우구스티누스는 "정의 없는 국가는 도적 떼"라고 했습니다. 공권력이 불공정에 휩싸이는 순간, 합법적 폭력을 행사하는 국가는 국민을 인질로 삼는 도적 떼로 전락합니다. '모든 책임은 여기에서 멈춘다'는 미국의 제33대 대통령인 해리 트루먼의 말에 빗대 표현하면, 윤석열정부 운명은 '김건희 특검'에서 멈춥니다. 이제 결단의 시간입니다. 특검을 거부한 자가 바로 범인입니다.
최신형 정치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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