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겔은 어디선가 세계사에서 막대한 중요성을 지닌 모든 사건과 인물은 되풀이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덧붙이는 것을 잊었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끝난다는 사실을 말이다”라고 칼 맑스가 프랑스혁명사 3부작 책에서 말했습니다. 우리는 반복되는 역사를 보면서 이 글을 인용합니다.
지금 한국정치는 2012년 총선 직전의 상황과 매우 유사합니다. 다른 점은 그때는 이명박 정권의 말기였고, 지금은 윤석열 정권의 초기라는 시간적 차이입니다. 이 점을 빼고는 대통령과 집권당은 위기에 빠져있고, 총선은 심판선거로 달려가고 있는 유사한 상황입니다. 그때도 10월에 보궐선거가 있었습니다.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 찬반을 건 주민투표에서 투표율 미달로 자동 부결되자 시장직을 사퇴했고, 이어진 보궐선거에서 민주당과 무소속 단일후보인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한나라당은 선거 과정에서 온라인 부정선거 의혹까지 겹치면서 정당 지지율이 최악으로 달려가자 최고위원들이 동반 사퇴하면서 홍준표 당대표가 물러나고 되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등장합니다. 2023년 현재,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원인 제공자인 김태우 전 구청장을 사면 복권해서 국민의힘 후보로 내세웠습니다. 결과는 17% 차이로 대패하였고, 패배를 수습하기 위해 인요한 혁신위원장을 임명하여 영남 중진과 윤핵관 불출마를 유도하였지만, 실패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김기현 당대표가 자진해서 사퇴하여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출범 직전의 상황입니다.
우리는 12년 전 총선 결과를 알고 있습니다. 박근혜의 새누리당은 152석, 한명숙의 민주통합당은 127석을 얻었습니다. 박근혜 비대위는 김종인, 이준석 등을 영입하여, 경제민주화 보편 복지 등의 정책을 도입,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당의 상징색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꾸었습니다. 원래 보수정당 새누리당은 백화점 경영체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오너체제에서 상명하달 방식으로 일사불란하게 지휘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입니다.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백화점 전체를 전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진보정당 민주당은 전통시장 상가연합회에 비유할 수가 있습니다. 한 사람의 오너체제가 아니라, 여러 점포가 모여있는 방식으로 여러 계파와 정파 연합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혁신은 고사하고, 이른바 ‘노이사’ 친노세력+이대 마피아+486 기득권 담합공천으로 끼리끼리 나누어 먹었습니다. 한명숙 대표의 무능, 전략 부재, 공천 잡음과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으로 정권 심판선거가 야당 심판선거로 전환되어 버렸습니다.
다시 지금,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지지율이 최악으로 달려가자 당대표를 사퇴시키고 비대위원회를 출범하려고 합니다. 국민의힘 자체 조사에서도 서울지역 당선권은 6개에 불과합니다. 민주당 압승이 예측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표는 총선 과반수 확보를 외치면서 불안감을 조성하고, 선거법을 비례대표 병립형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판을 흔드는 전략은 패배가 예상되는 진영에서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기고 있는 판을 확 바꾸면, 예측 불허의 박빙승부로 갑니다. 이것을 전략적 오판이라고 합니다. 선거법 개악이 선거국면에서 돌발 변수로 작동하여 2012년의 비극처럼, 정권 심판선거가 기득권 양당야합 심판선거로 전환되려고 합니다. 정권 심판을 학수고대하는 국민은 2024년에 또 다른 희극으로 반복하는 역사를 보고 싶지 않습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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