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증권사의 꽃으로 불리던 애널리스트가 인공지능(AI)으로 대체될 날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휴먼' 애널리스트가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위기에 봉착한 것인데요. 증권업계는 AI의 등장으로 휴먼의 수요가 점차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현재 AI 애널리스트의 발전 현황은 어떤지, '휴먼' 애널리스트의 경쟁력은 어떻게 유지될 것인지 짚어봤습니다.
AI 애널리스트 개발 선두주자 '미래에셋'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006800)은 AI 기술을 활용한 기업분석 리포트 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미래에셋증권이 내년 초에 AI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기업 분석 리포트를 발간할 예정이고 현재 애널리스트에 비견될 정도의 수준일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죠.
AI 애널리스트 데뷔 소식으로 증권업계는 떠들썩했는데요. AI가 기업 관련 뉴스나 공시 정보를 취합하는 수준이 아닌 리서치센터에서 제공하는 수준의 리포트를 발간할 것이란 기대감이 확대됐습니다. 다만 AI가 단독으로 기업분석 리포트를 발간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입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내년 초에 AI 리포트가 나올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며 "기존에 보도된 내용처럼 독립적인 애널리스트로서 리포팅을 하는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습니다.
기업 분석 내용을 담은 결과물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관계자는 "기업 분석의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맞다"며 "현업에 있는 애널리스트 업무를 효율화하거나 데이터를 크로스체크가 가능해지는 정도의 수준일 것이고 완성도를 체크해가며 다음 단계를 고민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증권업계에서 AI 애널리스트의 활용도는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적극적인데요. 유진투자증권도 지난 7일 '유진 AI 애널리스트'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AI 투자 서비스 제공업체인 두물머리의 GPT-4 기반 AI 서비스 '불리오AI'를 프라이빗 뱅커(PB)에 최적화해 개발된 종합자산관리 지원 플랫폼으로 기업 분석 리포트 등을 작성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진투자증권(001200) 관계자는 "PB들이 커버하지 못하거나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아프리카에 있는 특정 종목 등 글로벌 증시 종목 같은 경우도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며 "데이터 분석, 자료 수집 등 시간이 엄청나게 단축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AI 기반 리서치 서비스 'AIR'를 지난 2020년 출시해 매일 AI 리서치를 발간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AIR ETF도 선보여 상장지수펀드(ETF) 분야의 정보도 제공 중이죠. 주요 뉴스, 주목해야 할 기업 등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습니다.
"사람만 할 수 있는 일 분명히 존재"
AI 애널리스트의 등장이 초읽기에 들어가며 증권업계에선 현업에 있는 인간 애널리스트의 자리를 위협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한 증권사 관계자는 "AI 애널리스트가 등장하면 리서치 업무를 하는 기존 애널리스트 입장에선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일자리를 뺏기는 격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인간과 비교해 AI 애널은 데이터 처리 능력에서 속도와 정확도 면에선 압도적인 수준으로 알려지는데요. 증권업계 관계자는 "AI 개발업계 종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기업이나 시장을 분석할 때 챗GPT, 특히 AI가 탁월한 도구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그런 맥락에서 볼 때 결국 애널리스트의 역할인 시장, 종목 분석하는 부분에 있어서 AI가 앞으로는 계속 부각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습니다.
국내 리서치의 고질적 관행을 해결하는데도 AI 애널이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국내 리서치에 대한 가장 큰 비판 중 하나는 매도 리포트가 부족하다는 것인데요.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증권업계와 함께 리포트 관행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입니다. 7월엔 국내외 증권사 27곳의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매수 일색 리포트 관행에 대한 논의를 나눈 바 있죠. 이에 일각에선 AI를 활용하면 객관적인 리포트가 나와 매도 리포트 비중이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합니다.
AI로 기업 분석 리포트를 작성하면 기업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애널리스트가 기업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것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지난 8월
대웅제약(069620)은 SK증권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경쟁사
메디톡스(086900) 2분기 실적분석 리포트 발간에 대해 내용증명을 보내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때문에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는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 나서서 "(증권사 리포트) 내용에 너무나 심각한 오류가 있어서 내용 증명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이후에 잘 따르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AI 애널리스트의 기술과 필요성이 대두되자 인간 애널리스트들의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증권사 관계자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인사이트나 분석과 AI를 활용해 깊이 있는 리포트를 발간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실적이나 수치를 가지고 분석하는 것은 AI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고 전했습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여타 창작물도 다 비슷하겠지만 흔히 말하는 '노가다' 작업에 대한 수고는 줄일 수 있다"며 "다만 웹상에 올라와 있지는 않지만 사실상 모두가 아는 정보 등 중요한 포인트는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아예 대체가 된다던가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유용한 툴로써 사용하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의도 전경(사진=뉴시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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