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가전양판점 업계가 업황 침체 여파로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이들 업체는 위기 타개를 위해 고강도 체질 개선을 단행하고 유료 회원제를 강화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사활을 건 상태인데요.
리오프닝 이후로도 가전 수요를 이커머스 업계에 완전히 뺏긴 데다 최근 고물가 기조까지 심화하면서, 업계의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옵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가전제품(통신기기 및 컴퓨터 제외) 소매판매액은 16조6902억원으로 전년 동기(18조1891억원) 대비 8.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연간 실적 흐름을 살펴봐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입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520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전년 1068억원에서 적자 전환한 것이며, 창사 이래 첫 적자 기록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지난해 매출액은 3조33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줄었습니다.
전자랜드 역시 사정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전자랜드는 11년째 자본잠식 상태이며 지난해 1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9% 감소한 7300억원에 그쳤습니다.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가전양판점은 다양한 전자제품을 한 공간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며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채널이었습니다. 다양한 제품을 품목별, 브랜드별로 집중적으로 다루는 전문성이 부각되며 편집숍의 선두 주자로 여겨졌던 시절도 있었죠.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소비가 빠른 속도로 우리 사회에 잡으면서 가전양판점의 입지도 좁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이커머스 채널을 통해 가전제품을 더 저렴하고 빠르게 살 수 있다 보니 가전양판점의 경쟁력이 약화하기 시작한 겁니다.
아울러 최근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거세지면서 가전제품의 수요 자체가 줄어든 점도 가전양판점의 실적 악화에 한몫하고 있는데요. 최근 소비자들이 전자제품을 교체하기보다는 수리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물론 가전양판 업계도 손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롯데하이마트의 경우 올해에만 로드점 20곳, 마트점 18곳 등 총 38곳의 점포를 폐점하며 강도 높은 조직 슬림화에 나섰습니다. 이들 폐점 점포의 연간 영업손실은 약 82억원 수준에 달합니다.
아울러 대대적인 점포 리뉴얼을 추진하고,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꼽혔던 악성 재고를 털기 위해 상품을 단계별로 분류해 할인 적용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또 전자랜드는 유료 회원제인 '랜드 500(LAND 500)' 서비스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입니다. 랜드 500에 가입하면 500가지 상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최저가 수준으로 살 수 있고, 기존 회원 대비 최대 20배의 포인트와 최대 7%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전자랜드 측 설명인데요.
오프라인 집객 효과를 높여 이커머스로 뺏긴 수요층을 다시 되찾겠다는 것이 업체 측 복안입니다.
다만 업계는 가전양판 업체들의 고전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전자제품 업황의 비약적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아울러 이커머스 업계에 비해 여전히 가격 경쟁력이 밀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가전양판 업체들이 당분간 힘겨운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가전양판 업계는 전자제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풍부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다른 채널에 비해 고객을 묶어두고 유인하는 '록 인(Lock-In)' 효과 경쟁력은 여전히 높은 상태"라며 "유료 회원제의 콘텐츠를 보다 정교하게 구성하고, 이커머스와의 차별화를 꾀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 할인 판매 중인 가전제품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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