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에 대한 타자화와 정치혁신은 양립 불가.' 예상된 행보. 계묘년 끝자락에 나타난 이준석 신당설.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정치인의 끝없는 애드벌룬. 그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이준석 현상. 실상은 혁신의 탈을 쓴 비루한 세 치 혀. 젠더(성) 갈라치기와 '조롱·저주·모욕'의 똑같은 패턴. 가장 젊은 대선주자의 가장 낡은 정치. 우파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을 특정 세대의 보편 정서로 만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얘기입니다.
'편 가르기→혐오 극대화'…끝없는 대중조작
이준석 정치의 민낯은 무엇일까요. '기승전·백래시'입니다. 1991년 미국 저널리스트 수전 팔루디 저서에서 유래한 백래시는 사회 변화에 대한 기득권의 반동을 뜻합니다. 한국에선 안티 페미니즘(반 여성주의)을 일컬을 때 주로 쓰입니다. 백래시의 속살은 갈라치기. 백래시는 필연적으로 '편 가르기→혐오 극대화'의 대중조작을 끝없이 반복합니다.
이 전 대표의 여성 할당제 반대 논거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는 "85년생 여성이 변호사가 되는 데 어떤 차별이 있냐"고 항변합니다. 그는 많은 집단 가운데 왜 '85년생 여성 변호사'를 콕 집었을까요. 고학력의 젊은 엘리트 여성을 지배 이데올로기의 공격 대상에 가둔 뒤 다수의 이대남(20대 남성)을 향해 "우리는 역차별받는 피해자"라는 인식을 심으려는 전략이 아닌지요. 이 전 대표의 정치 어법은 늘 약자에 대한 타자화로 시작합니다.
미국의 우파 포퓰리스트의 전유물인 '차별·혐오' 정치와 판박이입니다. 그들은 힐러리 로댐 클린턴 등 성공한 일부 여성 엘리트를 외집단으로 규정한 뒤 다수의 백인 남성에 내재된 분노·혐오에 불을 질렀습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스멀스멀 기어오르던 우파 포퓰리즘이 트럼프 시대를 기점으로 한 사회의 주류가 된 셈입니다.
그 결과는 인류 역사 이래 계속된 '구조적 차별'의 부정. 공정을 가장한 '지배논리'의 만연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일말의 애정도 거세한 반 지성주의. 사회적 약자들이 이들이 친 촘촘한 그물망에 걸리면, 힘의 균형을 잃은 극단적 전체주의가 판칩니다. 이 전 대표님, 호주제가 폐지(2008년 1월 1일)된 지 15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우리네 아이들이 호주 승계 순서를 담은 동요 <개구리>의 가사(아들·손자·며느리 다 모여서)를 읊조리는 현실을 아십니까.
불평등 은폐하는 이준석 공정…현대판 승자독식
이 전 대표의 상징인 능력주의는 어떨까요. 위험합니다. 공정담론으로 포장된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은폐하는 퇴행 정치에 불과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불평등의 네 가지 요인으로 '성별·인종·교육·계층'을 꼽았습니다. 정치인이 이를 외면하는 순간, 기득권의 이데올로기만 강화됩니다. 사유하지 않음이 폭력이 아닌지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준석 신당은 만들어질까요. 이 전 대표의 말에 빗대 표현하면, 하루에 1%포인트씩 작아지고 있습니다.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인 신당은 창당할 수 없습니다. 1992년 통일국민당, 1996년 자유민주연합 등이 증명했습니다. 정치자본과 상징자본의 시너지효과가 없는 신당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시대정신 부재로 제3지대 바람의 근원인 운동에너지도 만들 수 없습니다. 이 전 대표의 세대포위론은 거대 양당을 벗어나면, 작동하지 않습니다.
현상을 업지 못한 신당은 창당 동력조차 없습니다. 신드롬은 있을지언정, 이준석 현상은 단연코 없습니다. 갈라치기의 외피를 쓴 보수의 변혁은 애초 존재하지 않습니다. 의제 정치가 실종된 틈을 파고든 MZ세대 요물이 시대정신을 이끌 수 있을까요. 완장처럼 찬 혐오 정치와의 결별. 이 전 대표의 영원한 숙제입니다. 지금처럼 정치 공학에서만 소비된다면, 바닥은 금세 드러납니다. 남는 것은 '굿바이 이준석뿐.'
최신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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