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취임 하루만에 KBS '인사 태풍'…정치권으로 확산
박 사장 취임 후 주요 뉴스 진행자 '줄 교체'…일부 프로그램 편성 제외
노조 즉각 반발 "공영방송 KBS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선언"
방송법, 단체 협약, 편성 규약 위반 소지…노조 "고발할 것"
정치권도 '활활'…여당 '합리적 인사 기대' vs. 야당 '군사 쿠데타'
박민, 취임 하루 만에 대국민 기자회견…전 사장 시절 불공정 편파 보도 '사과'
2023-11-14 15:42:51 2023-11-15 09:03:36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박민 신임 KBS 사장이 취임 직후 휘두른 매서운 인사권에 KBS 안팎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KBS 내부에서는 방송법과 단체협약 등을 위반했다며 법적 대응방침을 밝혔고, 야당은 군사 쿠데타를 거론하며 박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박민 KBS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방송계에 따르면 박 사장은 취임일인 13일을 전후로 보도본부장 등 간부 9명과 주요 부서 국·부장급 보직자 60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특히 뉴스9’4년 동안 진행해 온 이소정 메인 앵커와 주진우 라이브의 진행자 주진우씨 등도 전격 하차하는 등 인사 태풍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시사교양 시청률 1위 프로그램이었던 더 라이브를 편성에서 제외시켰습니다. ‘더 라이브는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노조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강성원 언론노조 KBS 본부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취임 첫날 KBS의 주요 시사 프로그램이 별다른 설명도 이유도 없이 편성에서 사라지는 일이 시작되고 있다라며 지난 15년간 부침의 역사 속에 쌓아왔던 KBS 자산과 시스템이 망가지고 부서지기 시작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조합원들이 박민 사장이 취임한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박 사장 퇴임을 요구하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 본부는 별도 성명을 통해 이 모든 불법적 행위들이 박민 사장 임명 재가 하루가 채 되지 않아 벌어졌다라며 그야말로 KBS 구성원들을 향한 선전포고이자, 공영방송 KBS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KBS 본부는 특히 박 사장이 행한 일련의 조치들이 방송법과 단체협약, 편성규약 등의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진행 중입니다.
 
KBS 본부 관계자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라디오 같은 경우 권한이 없는 자가 편성에 개입을 한 것으로, 현재 고발장을 작성 중이라며 박 사장의 임기 시작일은 13일인데 전날 신임 센터장이라고 업무지시를 내렸고, 특히 그것이 업무지시가 아니라 사실상 하차를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방송법 위반 사유가 매우 명확해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또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편성 제외 같은 경우는 단체협약 및 편성 규약 위반으로 보여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박민 KBS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사장의 인사 태풍…정치권도 활활
 
박 사장이 몰고 온 인사 태풍은 정치권으로도 옮겨붙었습니다. 야당은 군사 쿠데타를 거론하며 박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고, 여당은 합리적 인사를 기대한다는 스탠스로 엄호하는 모습입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방송 진행자, 방송 개편이 이렇게 전격적으로 이뤄진 건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라며 박민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KBS 점령작전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습니다그러면서 법적, 정치적 책임은 물론이고 역사적 심판을 반드시 받을 것이라며 책임지기 싫으면 하루빨리 내려오길 바란다. 지금이라도 당장 사장 자리 그만두는 게 자신한테도 좋을 것이라고 압박했습니다.
 
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들도 박 사장 임명 등을 윤석열 정권의 언론 장악으로 규정하고 이날부터 릴레이 피켓 시위에 돌입했습니다.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영방송이 공정하게 방송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에서 감 놔라, 대추 놔라 해서는 안 되기에 지켜보고 있다라며 새로 사장이 취임했으니까 인사 등도 합리적 기준으로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박민 KBS 사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열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임원진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민, 취임 하루 만에 대국민 기자회견…불공정 편파보도 사과
 
박 사장은 취임 하루 만에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전임 사장 시절 불공정 편파 보도로 공정성을 훼손하고 신뢰를 잃었다고 사과했는데요.
 
박 사장은 불공정 보도사례로 이른바 검언유착사건 보도, 고 장자연씨 사망 관련 윤지오씨 출연, 오세훈 시장 생태탕 의혹보도 등을 거론하며 공영방송으로서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해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중히 사과한다라고 말했습니다이어 지난 몇 년 동안 불공정 편파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TV와 라디오에서 일부 진행자가 일방적으로 한쪽 진영의 편을 들거나 패널 선정이 편향된 일이 적지 않았다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박 사장은 무분별한 속보 경쟁 지양’, ‘팩트체크 활성화 및 오보 시 사과’, ‘정정보도 뉴스 첫 머리 배치’, ‘불공정 보도에 책임’, ‘의도적이고 중대한 오보시 지휘라인 문책등을 불공정 편파 보도를 차단하기 위한 대책으로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명확하게 법적 처벌이 나오거나 문제가 되서 국민적 비난을 받았거나 하는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아 비판하듯 문제가 있는 보도를 사과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비판의 대상이 됐던 사람들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내용에 대해서 잘못됐다고 사과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나 사명을 내팽개치는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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