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차기 은행연합회장, 관출신 아닌 KB·신한 눈길 가는 이유
상생금융 압박 수위 높아 중재력·리더십 모두 필요
은행권 목소리 전달할 수 있는 은행연합회장 기대
2023-11-15 06:00:00 2023-11-15 06:00:00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4일 14:15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장용준 기자] 차기 은행연합회장 선출을 두고 1차 후보군(롱리스트) 6명이 발표된 이후 유력 후보로 꼽히던 윤종규 KB금융지주(KB금융(105560)) 회장이 고사 의지를 밝히면서 남은 5명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그 어느 때보다 은행권에 대한 대내외적 압박이 커진 시점인 데다, 특히 리딩금융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의 전 회장들간 경쟁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아 눈길을 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고사로 달라진 판도
 
은행연합회(사진=은행연합회)
 
은행연합회는 지난 10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 롱리스트 6명을 결정했다. 명단에는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이 포함됐다.
 
당초 롱리스트 발표가 나오자 스포트라이트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에게 쏟아지는 분위기였다. 지난 2014년 11월~2017년 11월에 이르기까지 KB국민은행장과 KB금융지주 회장을 겸직하고, 2017년 12월부터는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신한금융지주와의 리딩금융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리더십을 발휘한 윤 회장이었기에 최근 불어닥친 정치권의 은행권 압박에 대처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이 나온 영향이다.
 
윤 회장과 대적할 수 있는 상대로 꼽혔던 건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15년 조 전 회장이 신한은행장에 취임하고, 2017년 신한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오른 시기부터 지난해 말 용퇴할 때까지 8년여간 치열한 리딩금융 경쟁구도를 이어나갔다. '일류신한'을 모토로 경영을 이어나간 조 전 회장은 지난해 말 KB금융을 앞서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 때문에 윤 회장이 후보직을 고사한 현 상황에서 조 전 회장은 경륜과 리더십으로 첫 손 꼽히는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차기 연합회장 후보군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관 출신이 적다는 것도 조 전 회장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장은 금융권 최대 유관단체장으로서 금융당국과 직접적인 소통이 이뤄져야 하는 자리인 만큼 전통적으로 관 출신들이 차지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이번 후보군 5명 가운데 은행 출신으로 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인물만 4명에 달한다. 다만 손병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은 시중은행 출신이 아닌 특수은행과 국책은행 CEO로 구분되는 차이점이 있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사진=각 사)
 
유일한 관 출신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현시점에서 조 전 회장의 가장 큰 라이벌은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후보군 가운데 유일한 행정고시(20회) 출신에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거쳐 2010년 8월부터 KB금융지주에 안착해 2013년부터 2014년까지 KB금융지주 회장직을 역임한 그의 이력은 조 전 회장에 비해 밀리지 않는 관록이 묻어난다.
 
일각의 예상대로 조 전 회장과 임 전 회장의 대결구도로 압축될 경우 '민간 대 관'의 대결구도와 더불어 '신한 대 KB'의 대결구도로 비칠 수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차기 은행연합회장을 선출해야 하는 5대은행, 특수은행, 지방은행 등 11개 회원사 은행장으로 구성돼 있는 이사회의 고민은 클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은행 종노릇' 발언을 한 이후 정부와 금융당국의 은행권 압박 수위가 높아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사상 초유의 '횡재세'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대대적인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지 못할 경우 은행권에 어떤 제재가 들어올지 모른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누가 은행연합회장이 되든 5대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를 중심으로 한 은행권은 과다하다고 지적받은 이자이익 중 얼마만큼을 취약계층에게 기부 혹은 출연금으로 내놓아야 할 지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소상공인 저금리 대출 확대안 등을 마련해 이를 공동으로 대처하는 역할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지금 당장은 알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 안팎에선 정부와 은행권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해 낼 수 있는 힘 있는 수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은행권의 입장에선 지금까지 은행연합회장은 관 출신이 다수를 차지해 왔고, 은행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고 보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최근의 사안들을 생각하면 은행권의 목소리를 정부와 금융당국에 전달하고 중재할 수 있는 분이 회장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은행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엔 민간 출신 회장이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며 "은행권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누가 은행연합회장이 되든 기존과는 다른 적극적인 중재자의 역할과 함께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장용준 기자 cyongj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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