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경영승계 리포트)일양약품 3세 정유석의 '초라한 성적표'
코로나 치료제 관련 주가조작 의혹 후폭풍…오너일가 차익 실현 여부 주안점
슈펙트, 코로나 치료제 임상 3상 실패 직후 오너 3세 지분매입 잇따라
2023-10-27 06:00:00 2023-10-27 0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지난 4월 일양약품 오너 3세 정유석 대표이사가 공동대표로 등극했습니다.
 
2013년 정도언 일양약품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된 이후 10년만에 다시 오너 일가가 경영 최정점에 올라 주목받고 있죠. 일양약품 창업주 고 정형식 명예회장의 장손이자 정 회장의 장남인 정 대표는 1976년생으로 2006년 일양약품 마케팅담당 과장으로 입사했습니다. 그는 2012년 해외사업·마케팅본부장을 거쳐 2018년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지 5년 만에 대표이사에 올랐습니다.
 
최근 일양약품은 주가조작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고, 그 중심에는 오너 일가의 사익편취 의혹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유력한 경영 후계자인 정 대표의 등장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만성골수백혈병 치료제 '슈펙트' 제품 이미지 (사진=일양약품 홈페이지)
 
슈펙트, 코로나 치료제 관련 주가조작 의혹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해부터 일양약품이 자사의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가 코로나19 치료제로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발표해 주가를 띄워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죠.
 
2020년 3월 일양약품이 백혈병 치료제 슈펙트를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한 뒤 48시간 내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70% 감소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자 2만원대에 머물러 있던 주가는 불과 4개월 만에 10만원대까지 치솟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러시아 R-PHARM사가 진행한 코로나19 임상 3상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돌연 개발 중단을 발표했고 주가는 폭락했죠.
 
수사기관은 해당 연구에 참여한 연구팀의 보고서와 달리 일양약품이 사실과 다른 내용과 자사에 유리한 내용만을 보도자료에 넣어 코로나 치료제로서 효능을 왜곡해 발표했다고 판단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특히 일양약품 주가가 고공행진 한 시점에 오너 일가가 주식을 매각해 상당한 차익을 실현했는지 여부에도 주안점을 두고 있죠.
 
이에 대해 일양약품 측은 연구 결과를 다르게 보도한 사실이 없고,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본 건 정보를 이용한 사실이 없음을 수사기관에 소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에 따르면 슈펙트가 코로나 치료제로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가 배포된 이후부터 임상 중단 결과 발표 전까지 총 13건의 오너 일가의 지분매도가 잇따라 있었습니다.
 
회사 측은 상속세 재원 마련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이후에도 오너 일가의 특이한 지분변동은 계속됐습니다. 2021년 3월 슈펙트의 코로나19 적응증 임상 3상 실패 이후 주가가 폭락하자 이번에는 정 대표가 집중적으로 지분매입에 나선 것인데요.
 
정 대표는 슈펙트가 코로나19 러시아 임상 3상에서 표준 권장 치료보다 우수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공시하며 사실상 임상 실패를 알린 지 8일 후인 2021년 3월12일부터 약 8개월 동안 총 33번에 걸쳐 보통주 3만366주를 매입한 것입니다. 그 결과 정 대표의 지분율은 3.80%에서 지분 매입 후 4.08%까지 증가했죠.
 
정 대표 외에도 동생인 정희석 일양바이오팜 대표 역시 임상 실패 공시 이후인 2021년 3월16일 일양약품 주식 2000주를 사들였습니다. 
 
실적악화 개선·지분 확보 과제 남아
  
이들 오너 3세는 슈펙트의 코로나 치료제 임상 실패로 큰 폭으로 주가가 하락한 틈에 저가로 지분을 매수해 지분율을 올린 것인데요. 정 대표는 한때 동생인 정희석 일양바이오팜 대표와 미묘한 경쟁 구도를 형성했지만, 정 대표가 유력한 경영 승계자라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다만 앞으로 확실한 승계 구도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지분정리가 남아있는 상황이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최대 주주는 21.84%를 보유한 정 회장이고, 정 대표의 지분율은 4.08%에 불과한데요. 같은 기간 동생인 정희석 대표의 지분율은 0.05%입니다.
 
실적 악화도 골칫거리입니다. 올해는 정 대표가 오너3세로 본격적으로 경영 최전선에 나선 첫해인 만큼 경영성과에 대한 남다른 의미가 있지만 분위기는 좋지 않죠.
 
올해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3.3% 급감한 73억5598만원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656억8082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9% 감소했고, 순이익은 9억6854만원으로 94.2%나 줄었습니다. 2분기 실적만 살펴보면 영업이익은 28억7207만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7.9% 감소했고, 2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습니다. 
 
현금및현금성자산도 쪼그라들었는데요. 올 상반기 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01억7869만원으로 지난해 말 595억9705만원 대비 82.9% 감소했습니다. 일양약품은 상반기에만 투자 목적으로 사용한 현금이 512억4825만원으로 1년 새 616.5%나 급증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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