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으로 뜬 신탁사, 부동산으로 위기 맞았다
토지신탁 수탁고 102조원→99조원 감소
부실 사업장 확대에 '신탁계정대' 급증
여의도 한양, 시공사 선정 무산에 잡음
2023-10-23 06:00:00 2023-10-2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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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수익을 벌어들이던 부동산신탁사들이 시장 침체에 따른 신규 개발 사업지 감소와 미분양 사태 등으로 휘청이고 있습니다. 실적 감소는 물론 부실 사업장 확대로 재무 부담까지 지는 신세가 됐죠.
 
서울 정비사업 활성화로 수익 증대를 기대했으나,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사 중단으로 '신탁 방식 정비사업'에도 타격이 가해질 전망입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동산신탁사가 위탁받은 총 재산을 보여주는 수탁고는 작년 말 392조2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394조5000억원으로 0.59% 늘었습니다.
 
부동산신탁사는 소유자로부터 권리를 받아 부동산을 개발하거나 임대 등 관리를 통해 수익을 얻습니다. 수익 중 일부는 수수료로 받고 나머지는 재산을 맡긴 위탁자에게 돌려줍니다. 작년 말 기준 인가를 받은 부동산신탁사는 모두 14개사입니다.
 
부동산 호황기를 거치며 지난 2020년 277조5000억원을 기록했던 수탁고는 2021년 342조4000억원, 2022년 392조2000억원으로 훌쩍 뛰었습니다.
 
올해 들어 전체 수탁고는 소폭 늘었지만 통계를 뜯어보면,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한 '토지신탁'과 담보·처분·관리신탁 등을 포함한 '비토지신탁'의 수탁고는 엇갈립니다.
 
비토지신탁의 경우 290조5000억원에서 295조6000억원으로 1.76% 늘었습니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담보신탁 수탁고가 274조1000억원에서 279억6000만원으로 2% 늘어난 결과입니다.
 
반면 토지신탁은 101조7000억원에서 98조9000억원으로 2.75% 줄었습니다. 지난해부터 몰아친 부동산 시장 찬바람에 미분양이 늘고, 개발사업이 주춤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표=뉴스토마토)
 
이렇다 보니 실적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부동산신탁사 14곳의 총 영업이익은 작년 상반기 4796억원에서 올 상반기 3326억원으로 30.65% 급감했습니다.
 
작년 상반기 신탁사 중 가장 많은 67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하나자산신탁은 올 상반기 7.44% 줄어든 622억원을 달성했습니다.
 
같은 기간 코람코자산신탁은 635억원에서 19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무궁화신탁의 영업이익은 177억원에서 7억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금감원은 작년 '신탁업 영업 현황 분석'을 통해 "부동산신탁사의 수탁고와 신탁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면서도 "영업경쟁 심화로 매년 영업비용이 급증하고, 업계 평균 신탁보수율 정체로 수익성은 크게 향상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부동산 찬바람에 재무 부담 증가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기울자 토지신탁에 대한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고금리로 자금 수혈이 어렵거나 건물을 지어도 팔리지 않는 부실 사업장이 늘어난 까닭입니다.
 
신탁사는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차입형 토지신탁'을 줄이는 추세이지만 재무 부담을 보여주는 신탁계정대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신탁계정대는 신탁사 계정에서 빌려주는 자금입니다. 일반적으로 차입형 토지신탁 추진에 활용되나, 최근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약속한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장에도 투입된다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정해진 기간 내 시공사가 준공을 못하면 신탁사가 피해를 떠안게 되는 구조입니다.
 
부동산신탁사별 올 상반기 신탁계정대는 한국토지신탁 7154억원, 대한토지신탁 5664억원에 달합니다. 1년 사이 각 23%, 45%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밖에 KB부동산신탁 3725억원, 한국자산신탁 3690억원, 무궁화신탁 2183억원, 교보자산신탁 2024억원에 이릅니다.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믿었던 '신탁 정비사업' 흔들리나
 
신탁 방식 정비사업도 기로에 섰습니다. 정비사업을 진두지휘했던 조합 대신 부동산신탁사가 사업시행 또는 대행을 맡는 방식인데요. 여의도, 목동 등 서울 주요 재건축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신탁사들의 수익 창출 기대도 커졌습니다.
 
그러나 KB부동산신탁이 사업시행을 맡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이 지연되면서 잡음이 나오는 분위기입니다. KB부동산신탁이 확정되지 않은 신속통합기획안을 토대로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낸 것에 대해 서울시가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오는 29일 예정된 시공사 선정 총회는 취소됐습니다.
 
특히 여의도 재건축사업은 대부분 신탁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신탁사 책임론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탁사 한 관계자는 "여의도 1호 재건축 사업지에서 (시정조치가) 나오면, 다른 단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신탁사에게 좋은 시그널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시공사 간 수주전 과열 양상에 신탁사로 불똥이 튀었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수주전에 신탁사 등이 터진 꼴"이라며 "신탁사에만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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