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원작자 겸 각색자 겸 무려 ‘여배우’ 신분으로 다녀왔습니다. 발달장애인 아들을 키우면서 쓴 에세이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이 영화로 제작되었고 이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 지석 세션 초청작이 되어서 관람차 다녀왔어요.
영화 제목은 ‘그녀에게’입니다. 이상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김재화 배우가 주인공인 상연 역을 맡아 열연했습니다. 저도 단역으로 몇 초간 출연했는데 그 덕에 주변에 “나도 여배우”라며 우기는 중입니다.
사람들이 제게 물었어요.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진 느낌이 어떠냐고. 솔직히 별 느낌이 없었어요. 이 영화는 다큐가 아닌 극영화이기에, 영화 속 상연과 현실의 저(승연)는 다른 인물일 수밖에 없었거든요. 일반 관객 입장에서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그녀에게’는 신문사 정치부 기자로 활동하던 상연이 결혼 후 쌍둥이를 낳았는데 쌍둥이 중 아들이 발달장애인이 되면서 겪게 되는 10년의 과정을 담았습니다.
기존의 발달장애 관련 영화는 발달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했지만 ‘그녀에게’는 엄마가 주인공입니다.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생의 한순간 발달장애인의 엄마가 된 서사에 집중한 여성영화이기도 합니다.
첫 상영을 마치고 감독과 주연인 김재화, 성도현 배우가 무대에 올라 GV를 했습니다. 그 어떤 영화보다 관객 집중도가 높고 질문도 깊이 있었다는 전언을 들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관객 소감이 있었어요. 비장애 형제자매인데 영화를 보면서 우리 엄마의 마음도 저랬을 것이라고 알게 됐대요. 다음 말이 더 놀라웠습니다. 자신도 영화 공부를 하면서 언젠가 장애 관련 영화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는데, 오늘 이 영화가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였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 입장에선 최고의 찬사였을 것 같아요.
상영이 끝난 후 관람평을 찾아봤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낀 점이 저마다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떨까.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당연히 비장애인 아이가 태어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 아이가 어느 날 발달장애 소견을 듣게 된다면…. 나는 과연 어떨까. 이런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고 합니다.
저는 그것으로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발달장애란 그런 것이거든요. 누구에게나, 어느 가정에나 찾아올 수 있는 아주 보편적이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그런 성질의 것이거든요.
무엇이든 내 일이 되고 나면 그때는 보는 시각이 달라집니다. 서는 자리에 따라 다른 풍경이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죠. 만약 ‘그녀에게’를 통해 발달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이 가족구성원으로 있는 가정이 내 일, 내가 사랑하는 가족의 일, 내 주변 동료나 친구의 일로 인식될 수 있다면 분명 발달장애 자체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 영화의 미덕이 있다면 바로 그것일 테고요.
영화는 김재화의, 김재화에 의한, 김재화를 위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기존에 코믹 연기를 주로 하던 그가 이토록 깊은 감정선을 지닌 배우라는 걸 세상에 알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김재화 배우의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을 기대해 봅니다.
‘그녀에게’는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서 12월에 또 만나볼 수 있습니다. 여러 영화제에 초청되며 호평받고 있지만 아직 개봉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영화 제작과 개봉은 다른 문제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부디 내년에 무사히 개봉할 수 있기를, 그래서 많은 이들이 발달장애인만이 아닌 그 가족의 삶에 대해서도 이해도를 높일 수 있기를, 원작자가 아닌 (몇 초간 출연한) 여배우의 마음으로 진심 담아 기원합니다.
류승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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