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집회·시위 제도개선 국민참여토론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박주용·한동인·윤혜원 기자]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과정에서 특정 출마 예정자 측에 '출마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앞서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도 지난 3월 당대표 후보였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을 비방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전대 당시 '대통령실 당무 개입'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된 바 있습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KBS는 강 수석이 지난 1월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강신업 변호사 지인 A씨와 통화한 녹음파일을 확보했다고 전날 보도했습니다. 강 변호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팬카페 '건희사랑'을 만든 인물입니다. 앞서 강 변호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대표 후보로 출마했다가 지난 2월 예비경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탈락했습니다.
당시 강 수석은 A씨에 전화를 걸어 "저기, 강 변호사 출마 좀 자제시킬 수 없을까"라며 "왜냐하면, 전선이 지금 이렇게 V가. 이번에는 당대표 최고위원이고 V가 그림을 그려서 총선을 내년에 V 얼굴로 치러야 되잖아요"라고 했습니다. 통상 'V'는 정치권에서 대통령을 의미합니다. 강 수석은 또 "구설수가 나지, 그게 또"라며 "그러면 여사님이 다시 소환돼 가지고"라고 말했습니다.
강 변호사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당시에 강 수석이 그랬다는 것을 알았지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강승규와 통화한 A씨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강 수석의 당무 개입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강 변호사의 불출마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습니다. KBS에 따르면 강 수석은 "출판기념회에서 말미에 '우리 윤석열정부 성공을 위해서, 그냥 나는 여기서 딱 이 에너지를 다 그냥 윤석열 성공을 위해서 모으겠다' 이렇게 딱 선언해버리면 되지"라며 "그러려면 (차기 총선에 출마하려면) 여기 그래도 용산하고 크게 방향이 같아야지"라고 말했습니다.
강 수석은 대선 경선 때부터 친분이 있는 지인과 개인적 대화를 나눴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강 변호사는 "강 수석이 통화한 인물을 지인이라고 해명했는데, 두 사람은 (원래) 모르는 사이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강 수석과의 관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며 "대통령 취임 이후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고생 많이 한 것 같다'며 밥이나 먹자고 해 만난 적이 있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지난 2월26일 당시 국민의힘의 김기현(왼쪽), 안철수 당대표 후보가 서울 도봉구민회관에서 열린 도봉갑 당협 신년 당원교육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통령실 '안철수 비방' 카톡 이어 또 논란
강 수석의 전당대회 개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지난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 수석 직속인 시민사회수석실 한 행정관이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김기현 당대표 후보 홍보를 지원하고, 당대표 후보였던 안 의원을 비방하는 홍보물을 지속적으로 올렸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이에 안 의원 측에서 강 수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안 의원 측은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조사와 강 수석 등의 명확한 해명을 촉구했지만, '(행정관이) 특정 후보를 언급한 적 없다' '국정홍보 차원이었다' '전당대회에 대통령실을 끌어들이지 말라' 등의 입장이 돌아오자, 강경 대응으로 선회한 것입니다.
본지는 재차 불거진 대통령실 당무 개입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강 수석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습니다.
박주용·한동인·윤혜원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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