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LG화학과 도레이 합작 헝가리 분리막 공장은 내년부터 글로벌 최저한세(필라2)를 내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미국향 수출까지 막힌 가운데 증세부담도 가중돼 초기 투자 결정 후 변수가 많아졌습니다.
LG화학 연구원이 생산된 배터리를 살피는 모습. 사진=LG화학
8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헝가리는 OECD의 최저한세 합의에 반대해왔으나 최근에는 조건부 동의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국내 기획재정부도 세법개정안을 마련해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법인에 적용되는 필라2 관련 규정을 내년부터 적용키로 했습니다. 과세권을 확보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한 것입니다.
헝가리는 법인세율이 8%로 OECD가 합의한 필라2 기준 15%에 미달합니다. 이에 미달분 7% 만큼 세금을 소재지 국가인 우리 정부에 내야 합니다. LG화학이 2021년 도레이와 합작투자를 결정지을 때 없었던 변수입니다.
LG화학 관계자는 “최저한세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며 “아직 전세계 공통적으로 시행되는 세부안이 안나온 상태라 불확실한데 가장 적게 내는 방향으로 최선의 노력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해당 분리막 법인은 원래 도레이가 운영하던 공장입니다. LG화학은 공장 증설을 위한 투자금을 출자하고 공동주주로 올라섰습니다. 국내 합작투자 발표는 2021년 10월에 이뤄졌는데 도레이는 2022년 6월16일에 합작법인을 설립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증설 투자비용 등이 반영된 탓에 해당 법인은 매분기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이에 당장은 법인세를 낼 원인이 없지만 흑자전환 시에도 추가 납세로 인해 투자회수기간이 길어질 듯 보입니다.
변수는 또 있습니다. 미국에 대한 분리막 수출이 IRA 때문에 막힌 것입니다. LG화학은 이 때문에 미국에 별도 분리막 공장을 짓는 방안을 연내 고민해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헝가리 증설 투자는 미국향 납품까지 고려했던 것이라 미국법인이 따로 생기면 계획에 차질이 생깁니다. 증설분을 축소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도레이는 헝가리 법인의 보유 지분을 낮추기로 해 투자리스크 분산효과도 약해집니다. 도레이는 내년말 LG화학에 지분 20%를 내주고 30%만 갖기로 처음 합작투자 때부터 정해뒀습니다. LG화학은 70%를 확보해 헝가리법인을 공동기업에서 종속기업화합니다. 도레이가 경영권을 내주는 계약에 합의한 것을 고려하면 분리막 법인의 별도상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도레이가 해당 공장의 출구전략을 세운 것으로도 해석 가능합니다.
실제 헝가리법인은 새로 지어진 게 아니라 도레이가 운영하던 공장이지만 1분기 매출은 1억9900만원에 불과합니다. 이에 비해 당기순손실은 83억6700만원이나 돼 영업외비용이 과중합니다. LG화학은 2분기 실적 발표 때 “올해 5월부터 분리막 원단 생산을 시작해 수율 개선 등이 진행되고 있다”며 “아직 수익성을 말하기는 이른 시점이지만 내년부터는 수익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한편, LG화학은 헝가리 법인 자산을 1분기 말 기준 7908억700만원으로 잡았습니다. 도레이는 525억5900만엔으로 당시 환율(100엔/986.48원) 기준 5184억원 정도입니다. 도레이가 자산을 더 작게 계상하고 있는데 LG화학이 콜옵션 또는 풋옵션 등 경영권 프리미엄을 가산한 이유로 비칩니다.
상대적으로 LG화학이 분리막 사업가치를 고평가하지만, 2025년쯤에는 국내 삼성SDI와 일본 토요타 등을 필두로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될 변수도 있습니다. 만약 분리막을 쓰지 않는 전고체 배터리가 득세하면 헝가리 법인은 매출이나 기업공개 과정에서 불리해질 것도 우려됩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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