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출시 당시 '중국산 젤다' 취급 받던 호요버스의 액션 RPG '원신'이 오프라인 축제로 팬들의 굳건한 지지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21일 오전 찾아간 서울 올림픽공원에는 원신 등장인물 차림을 한 인파가 몰려와 30도 넘는 날씨보다 뜨거운 게임 사랑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호요버스는 전날부터 23일까지 이곳에서 '원신 2023 여름축제'를 엽니다.
실내 행사장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선 원신 게이머들이 간식과 기념품 등 2차 창작물을 팔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같은 세계관을 즐기는 팬만이 알아볼 수 있는 구호로 간판을 달고 성업 중이었습니다.
21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원신 2023 여름 축제' 야외 행사장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오프라인 원신'을 즐기러 온 팬들에겐 더위도 거리도 상관 없었습니다. 경기도 포천에서 온 황현태(20)씨는 떠돌이 무사 '카에데하라 카즈하' 옷을 입었습니다. 바람 속성을 가진 이 캐릭터는 팀의 서포터를 맡는다고 합니다.
황씨는 "스튜디오 지브리를 떠올리게 하는 그래픽에, 캐릭터 조형과 움직임도 훌륭해서 계속 하게 되더라"며 "처음엔 젤다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직접 해보니 다른 게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황씨는 원신의 매력에 대해 "기본 캐릭터만으로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지만 돈을 안 쓸 수 없다"며 "캐릭터 하나하나의 스토리를 매우 중요하게 풀어줘서 매력을 높인다"고 설명했습니다.
21일 서울 올림픽공원에 마련된 '원신 2023 여름 축제' 실내 행사장에서 황현태씨가 떠돌이 무사 '카에데하라 카즈하' 옷을 입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그간 황씨가 구매한 캐릭터는 서른 명입니다. 여기에 쓴 돈이 약 100만원이라고 합니다.
황씨는 과거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하위문화(서브컬처)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지만, 원신의 대중성을 보여주는 행사에서 팬들이 교감할 기회가 생겼다는 기쁨에 기꺼이 오전 7시 반에 집을 나섰습니다. 지난해 세빛섬 축제 때는 꾸미지 않고 나왔지만, 올해는 쿠팡에서 옷을 사 입었을 정도로 원신에 대한 애정이 깊어졌습니다.
경기도 오산에서는 중학생 두 명이 부모님 차로 상경해 축제를 즐겼습니다. 중학교 2학년인 A양(13)은 사전예약 때부터 원신의 팬이고, 동급생 B양은 2021년 뒤늦게 이 게임의 매력을 알게 됐습니다. A양은 "캐릭터도 멋지고 서사를 소설 읽듯 깊게 파고들어 즐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A양은 스카라무슈, B양은 방랑자 캐릭터 의상을 입었는데요. 둘 다 여름에 입기 좋은 반팔 차림이라 골랐다고 하네요.
두 학생은 다음에도 원신 코스프레 할 생각으로 중고 옷을 구입했습니다. 코스프레 경험이 많은 A양은 6만원, B양은 11만원을 들였습니다. 이들도 벌써 다음 행사를 기다린다고 합니다.
21일 서울 올림픽공원에 마련된 '원신 2023 여름 축제' 실내 행사장에서 중학생 두 명이 원신 등장인물 옷을 입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2020년 9월 출시된 원신은 장기 흥행중입니다. 이날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원신은 6월 구글 매출 15위를 기록했습니다. 원신이 출시 3년간 꾸준히 사랑 받는 배경은 패키지 게임과 모바일 게임의 과금 요소를 적절히 섞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평가입니다.
이 게임은 기존 패키지 게임처럼 혼자 진행합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옵션을 켜 파티를 맺을 수도 있습니다.
원신 게이머들은 서사의 힘에 이끌리다 새 캐릭터에 정 들게 됩니다. 이야기 진행 중 얻는 열쇠로 특정 캐릭터의 이야기를 열면, 그의 사연이 담긴 모험이 펼쳐집니다. 이후 게이머는 모험 도중 그 캐릭터를 맛보기로 조작하기도 합니다.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아쉽게 헤어지게 되고, 이 캐릭터가 내 동료가 되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래서 해당 캐릭터 판매 기간이 되면 유료 뽑기를 시작하는 겁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원신의 인기 비결에 대해 "방대한 이야기를 가졌고, '저 친구(새 캐릭터)랑 여행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기획한 게임"이라며 "선택사항으로 MMORPG 요소도 있지만 개발사가 추구하는 게임성은 아니고, 깊고 진지한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치중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