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가 행진' 조선주 장기호황 올라탄다
조선주 5종목 포함 코스피200 중공업 지수, 올해 상승률 2위
3년치 일감 쌓인 조선업계…선별수주로 수익성도 챙겨
업계 호황 장기화 전망에도 고질적 인력난은 '고민'
2023-07-17 06:00:00 2023-07-17 0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지난주 조선주들은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갔습니다. 3년치 일감이 쌓여있어 올해 실적 성장세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주 잔고가 넉넉해 고수익 선박을 선별 수주하는 것도 긍정적입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조선주 상승 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고질적인 인력난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합니다.
 
조선주, 신고가 경신 잇달아…한화오션 눈길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조선주들은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329180)은 지난 14일 장중 14만7800원, HD한국조선해양(009540)도 이날 12만9400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했죠. 앞서 12일엔 한화오션(042660), 삼성중공업(010140), 현대미포조선(010620)이 4만9900원, 8500원, 9만3300원으로 신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올해 들어 조선주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앞서 언급한 다섯 종목이 포함된 코스피 200 중공업 지수는 14일 기준 올해에만 44.55% 올랐습니다. 상승률 기준 2위입니다. 코스피 지수(17.52%)와 코스닥 지수(31.94%)보다 큰 상승폭을 기록했네요.
 
특히 지난 5월 한화그룹이 인수한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지난달 33% 오르더니 이달에도 30% 가까운 상승세를 기록 중입니다. 지난 1월 장중 1만7600원까지 떨어졌던 기억을 지워주는 성적입니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8000억대 울산급 5, 6번함 입찰건 및 캐나다 잠수정 교체사업 등 향후 한화와 방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폴란드 정부가 추진 중인 잠수함 도입 사업에도 한화오션이 언급되며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구성종목에 신규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도 좋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와 한화오션은 시가총액과 유동 시가총액이 컷오프(약 4조4000억원)를 크게 상회해 안정적 편입을 예상한다"고 내다봤습니다.
 
3년치 일감 쌓인 조선업계…선별수주로 수익성 강화
 
국내 조선사 5개 수주잔고, 올해 추정 매출액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금융감독원, 에프앤가이드)
 
조선주의 상승세는 충분히 쌓아둔 수주잔고로 인한 실적 개선에서 비롯됐습니다. 수주잔고는 향후 실적을 보여주는데요. 지난 1분기 기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현대미포조선 등 5개사의 수주잔고 총합은 약 163조원입니다. 해당 기업들의 연간 매출 추정치인 53조원보다 3배 이상 많습니다. 향후 3년간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우상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수주한 고선가 선박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에 인식될 전망입니다. 컨테이너선은 2020년 대비 2021년 평균 신조선가가 약 20.8% 상승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 지속됐습니다. 액화천연가스(LNG)선 역시 2021년 4분기부터 2023년 6월까지 신조선가 평균치가 2020년 평균 대비 26.5%가량 상승했죠.
 
안유동 연구원은 "2021년 1분기 이후 수주한 컨테이너선과 2021년 4분기 이후 수주한 LNG선 같은 비싼 배들이 올해부터 매출로 잡힐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습니다.
 
풍성한 수주잔고는 조선사들의 상반기 수익도 키웠습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 1781만CGT(678척) 중에서 한국이 516만CGT(114척)을 수주했습니다. 29.0%의 점유율입니다. 1043만CGT(428척) 수주로 58.5% 점유율을 기록한 중국에게 밀리지만 마진이 좋은 LNG선을 대부분 가져와 수익성을 챙겼습니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 발주된 LNG선 34척 중 한국이 28척을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이 18척, 삼성중공업이 6척, 한화오션이 4척을 수주했죠.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LNG선의 신조선가는 14개 선종 중 가장 높은 2억6000만달러로 나타났습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시장점유율 하락은 충분한 수주잔고를 확보한 조선사들이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에 나섰기 때문"이라며 "하반기 카타르 LNG 프로젝트 2차발주가 예정돼 있어 한국, 중국간 점유율 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환경규제 수혜 주목…고질적 인력난은 고민
 
증시 전문가들은 조선업계의 상승 사이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5년까지 실적 개선세가 유지되고 2026년, 2027년에도 안정적인 수주가 이어지면 긴 호황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엄 연구원은 "조선업체들의 호실적은 과거 호황기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과당경쟁을 이유로 선가 인하를 주도할 만한 경쟁사가 국내에도 해외에도 없기 때문"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국제 환경규제의 반사이익도 기대됩니다. 이달 초 국제해사기구(IMO)는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0차 회의에서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수정했습니다. 2050년까지 순 배출량 0(Net zero)이 목표입니다.
 
IMO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30% 줄이고, 2040년까진 70~80% 감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올해 에너지효율지수(EEXI)와 탄소집약도지수(CII)가 도입된 데 이어 환경규제도 나온 것입니다. 환경규제로 오래된 선박을 교체하는 발주가 나오면 조선사에겐 추가 모멘텀이 될 수 있습니다.
 
통상 선박의 평균 수명은 약 30년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환경규제 강화로 선박의 폐선 연령이 낮아지고 교체 주기가 앞당겨진다면 조선사들에게는 초호황기(2003~2008년)의 밸류에이션을 앞당겨서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조선업계는 밝은 전망에 쾌재를 부르고 있는데요. 다만 리스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고질적인 인력난은 여전히 고민거리입니다.
 
조선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인데요. 지난 2015년부터 조선업은 위기를 겪으며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반대로 3년치 일감이 넘쳐나는 지금은 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1만4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지난 1분기 외국인력 도입제도 개선을 통해 5500명을 확보했고 연내 9500명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입니다.
 
인력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 12일 파업을 단행해 조선업계는 긴장하고 있습니다. 안유동 연구원은 "인력 이슈로 공정이 지연되면 실적이 이연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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