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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7월 11일 10:2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석유화학산업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석유화학사들이 본격적인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거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신사업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전통 석유화학은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중국 시장 의존도가 컸기 때문에 본격적인 체질개선에 돌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IB토마토>는 3회에 걸쳐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주요 화학사들의 매각 전략 등을 조명하고 신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인택 기자] 전통 정유 및 화학에서 배터리 등 친환경(그린) 사업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096770)이 한차례 숨고르기에 나서고 있다.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한 SK온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재무부담이 커진 탓이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외에도 탄소저감 관련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인데,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이 바닥을 드러내 유상증자 결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설비투자 자금이 필요한 SK온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자금조달은 재무적투자자(FI)유치와 외부차입, SK이노 기존 주주 대상의 유상증자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됐다.
한동안 SK온에 '올인'하면서 그린 사업 전환에 필요한 추진력이 배터리에 쏠렸다는 평가다. SK온 지원 과정에서 연결 및 별도기준 재무제표에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23일 1조177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7월5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유상증자 배경으로 "그린 사업 전환 가속화에 필요한 재무구조 확보 및 미래 성장 동력과 재원 확보가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SK온 투자 '올인' …연결 부채비율 193.4%에 순차입금 17조원 상회
SK이노베이션은 SK온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SK온은 올해 들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등 배터리 제조업 지원 정책 구체화, 외형 성장과 조인트벤처(JV) 확대 등으로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SK온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확대되면서 투자 심리도 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SK온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조30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3% 폭증했다. SK온은 올해 상반기까지 약 8조원 조달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는 SK이노베이션이 지원한 2조원도 포함돼 있다. 전기차 및 배터리 시장의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SK온의 투자금 확보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었다.
다만, SK온에 집중하다 보니 재무구조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93.4%로 지난해 말보다 4.2%포인트 늘었다. 2021년 10조원이었던 순차입금은 올해 1분기 17조2390억원으로 늘어났다. 총차입금 의존도도 41.0%로 높은 편이다.
문제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만 영위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7월 탄소 저감과 관련있는 '카본 투 그린' 전략을 제시한 바 있는데 배터리 사업 외에도 수소 운반에 필요한 암모니아 사업, 탄소 포집 및 저장(CCUS) 사업이 포함돼 있다. 당연히 여기에도 돈이 필요하다. SK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 자금 사용 계획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급한 불' 끈 SK이노베이션,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4531억원 불과
SK이노베이션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으로 4092억원, 배터리 등 신규 사업 연구개발(R&D) 강화를 위한 부천 대장지구 그린캠퍼스 조성에 4185억원, 기업어음(CP) 및 회사채 상환에 35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타법인증권 투자에는 △수소/암모니아 등 무탄소 에너지 공급을 위한 기술 확보 및 사업 개발(924억원) △생활 폐기물 가스화를 통한 저탄소 에너지 생산 기술 투자 및 상업화 관련 투자(2244억원)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산업 대상 탄소 포집 저장(CCUS) 관련 기술 확보 및 사업 개발(924억원)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SK이노베이션의 별도기준 보유 현금이 말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의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2021년 1조857억원에서 올해 1분기 4531억원으로 줄었다. 단기성차입금은 2조6848억원, 유동비율은 38.6%에 불과해 재무적 융통성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대부분의 현금은 자회사에 있고 자회사 자체 사업 투자를 위한 것"이라며 "추가 자금을 통해 그린 사업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재무건전성 목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즉, SK온에 필요한 '급한 불'은 껐고, 그린 사업 전환에 따른 재무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숨 고르기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SK온 배터리 전시 부스 (사진=연합뉴스)
현금창출력 우수…증권가, SK온 올해 흑자전환 예상
다행히 SK이노베이션의 현금창출력은 견조하다. 올해 1분기 별도기준 상각 전 이익(EBITDA)은 4670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61.4%를 기록하고 있다. 정제마진이나 방향족제품 등 자회사들의 수익성에 대한 하반기 전망도 상반기보다는 긍정적이다.
SK온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확대되고 있다. 1분기 실적에는 AMPC 혜택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삼성증권(016360)은 올해 SK온의 AMPC 반영액이 약 6720억원에 달하고 올해 2분기부터 손익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SK온의 2분기 EBITDA가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온의 투자금 조달은 대부분 전환우선주 발행을 통해 이루어졌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가 더해지면 자기자본 규모가 확대되면서 재무적 완충력은 개선될 것이라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단, 여전히 투자부담이 높아 단기적 재무안정성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신호용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투자자금 조달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사업기반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확대된 채무부담 수준은 신용도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라며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결정함에 있어 SK온의 이익창출력 개선 폭과 SK이노베이션 연결기준 채무부담 완화 수준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 결정으로 주주들의 실망감은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SK이노베이션은 보유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인택 기자 intaek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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