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가장 싼 입장권이 8만4500원, 고급형이 13만6400원인 놀이공원이 있습니다. 그 안의 기념품 가게에선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며주는 옷을 파는데요. 이 공원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재화가 있고, 그걸 사려면 현금으로 최소 3만원 넘게 써야 합니다. 고심 끝에 옷을 사 입었더니 대머리가 됐습니다. 그런데 공원은 이 문제를 고치는 데 한 달이 걸렸습니다.
이런 일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 IV'에서 일어났습니다. 대표 사례가 강령술사 직업의 '내장 전문가' 옷입니다. 블리자드는 유료 아이템으로 실력을 사는 '페이 투 윈(P2W)'을 거부하고, 순수 꾸미기용인 '형상 변환' 아이템을 팝니다. 게이머가 어떤 갑옷을 입고 있든 이 아이템을 사면, 현재 갑옷의 성능 그대로 멋진 외형을 뽐낼 수 있는 겁니다.
이 형상 변환 아이템을 사려면 게임 내 유료 아이템 전용 재화인 '백금화'를 사야 합니다. 내장 전문가 가격은 1800 백금화입니다. 이걸 사려면 2500 백금화를 현금 3만1000원에 구입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 갑옷을 입은 순간, 캐릭터가 대머리로 변했다는 겁니다. 화면을 확대하면 투구가 정상으로 보이다가, 기본 화면으로 축소하면 다시 대머리 되는 현상이 출시 뒤 한 달 동안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이 버그는 PC와 콘솔 플랫폼에서 모두 일어났습니다. 디아블로 IV 출시 직후 블리자드 웹사이트에선 "대머리 스킨을 구매한 것도 아니고, 백금화 환불하든지 빨리 고쳐달라"고 지적하는 글이 간간이 적혔습니다.
디아블로 IV에서 유료 형상 변환 아이템을 구매해 입으면 대머리 되는 현상(오른쪽)이 나타났지만, 블리자드가 이 문제를 고치는 데 한 달이 걸렸다. 게임업계에서는 게이머가 돈 내고 산 아이템에 결함이 있으면, 블리자드가 즉시 고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디아블로 IV 실행 화면)
공식 웹사이트 바깥에선 "일반 버그가 아니라 돈 주고 산 것에 버그 있는데 환불도 안 되고 이게 뭐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글도 게시됐습니다.
블리자드 규정에 따르면, 구매 후 즉시 적용되는 콘텐츠는 환불할 수 없습니다. 이러니 옷을 사 입고 뒤늦게 문제를 발견해도 환불이 안 된 거죠.
블리자드는 이 작품 정식 출시일인 6월6일 이후 다섯 차례 업데이트했지만, 유료 아이템 형상 버그 수정은 우선순위에서 밀렸습니다. 그러다 7일 '1.0.4 빌드'로 게임 진행, 임무와 던전, 사용 환경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업데이트를 마치고 직접 게임을 실행해 보니, 유료 아이템 착용 시 대머리로 변하는 문제가 해결돼 있었습니다. 게이머들이 돈 주고 산 옷을 못 입은 지 한 달 만입니다.
블리자드는 한 번 팔면 끝나는 패키지 게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 작품에서 '라이브 서비스'를 내걸었습니다. 게이머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문제점을 빨리 고치는 게 라이브 서비스의 특징입니다.
게임 업계에서는 전 세계에서 즐기는 '디아블로 IV'의 규모 때문에 불만과 요구 사항, 실제 고쳐야 할 문제가 상당할 것으로 관측합니다. 하지만 본편 외에 따로 파는 유료 아이템에 치명적인 버그가 있다면 즉시 해결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디아블로 IV는 게이머 규모가 방대하고 콘텐츠 역시 대규모여서 문제 대응에 시간이 걸리는 게 맞다"라면서도 "유료 아이템은 돈 주고 응당한 가치를 받아야 하는 상품이라, 그에 대한 오류는 가장 먼저 대처하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만, 게이머 입장에서 돈 주고 샀는데 한 달 동안 문제가 해결 안 됐다는 게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앞으로 다른 유료 아이템을 샀을 때, 또 오류가 생기지 않을 거란 보장이 있겠느냐"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일반적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하루 이틀, 늦어도 일주일까지는 업데이트에 포함해 해결한다"며 "정말 시급한 건은 바로 진행하는 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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