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금융당국이 카드수수료율 재산정 주기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적격비용 재산정 자체가 수수료 인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는 데다 경기 변동에 따른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주기를 연장한다는 것인데요. 카드업계에서는 수수료율 재산정 주기보다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재연될 수수료 인하 압박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입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카드수수료율 재산정 주기 연장 내용을 담은 '카드 수수료 적격비용 제도개선 TF' 논의 결과를 이르면 3분기 중 발표할 예정입니다.
TF는 지난해 2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점검하고 카드 수수료 체계 개편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됐습니다. 적격비용이 재산정될 때마다 수수료율 인하 논의가 불거지는 만큼 수수료율 조정 주기를 5년 단위로 늘려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줄이자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TF 관계자는 "카드사 조달 비용 증가 등 변동성이 커진 대내외 환경을 고려해 경영하는 데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주기를 늘려주면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 의견이 나온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2012년 여신금융전문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된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를 조정하는 절차입니다. 카드 결제에 수반되는 적정원가에 기반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하되, 일정 규모 이하 영세·중소가맹점에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제도 도입 이후 11년 동안 단 한 번도 수수료율이 인상된 적은 없습니다. 그동안 4차례 수수료 조정으로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 수수료는 4.5%에서 0.5%로, 연 매출 3억원 이상 30억원 미만 소규모 가맹점 수수료는 3.6%에서 1.1~1.5%로 각각 낮아졌습니다. 다음 재산정 시점은 내년입니다.
그러나 카드업계에서는 당장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수료율 산정 주기 주기 연장이 의미 없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가뜩이나 업황 악화로 내릴 수수료 자체가 없는 데다 총선 때마다 정치권에서 소상공인 보호 명분으로 기껏 내세우는 단골 이슈가 카드사 수수료 인하라는 겁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선거만 있으면 3년 주기가 무색하게 카드사 수수료를 깎은 전례가 있다"며 "정치권 입김에 휘둘리는 데 3년이든 5년이든 뭔 상관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정치권에서 '서민 경제 살리자'는 구호 외치고 당국에서 압박하면 카드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수수료를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카드사는 수수료로 번 게 없는데 '상생' 명분으로 카드사 수수료 인하가 언급되는 게 의문"이라며 "수요와 공급에 의해 수수료가 결정되야지 정치권 입김으로 수수료를 조정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현재 전체 가맹점 약 310만 곳 중 96%에 달하는 298만 곳에 원가 이하의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 중입니다.
카드 수수료율 재산정 주기를 연장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도 나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페이 유료화, 핀테크 자동차 할부금융 진출 등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수수료 산정 주기를 5년으로 늘리는 게 시장 환경 변화를 잘 반영하는 길인지 모르겠다"며 "주기를 늘릴 게 아니라 페이 수수료를 비용에 포함시키는 등 원가 산정 방식에 근본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