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중장년·가족돌봄청년도 '일상 돌봄'…사회서비스 시장화 우려도 커
소득 아닌 '필요' 따라…소득 따라 본인부담금 차등
가정방문·병원동행 등 지원…37개 지역서 시작
"공급기관 민영화, 취약계층 서비스 질 떨어질 수도"
2023-07-05 17:35:01 2023-07-05 18:13:57
 
 
[뉴스토마토 주혜린 기자] 오는 8월부터 나홀로 아픈 중장년층이나 가족돌봄청년인 '영케어러(young carer)'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돌봄·가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비용은 소득에 따라 차등해 부과합니다.
 
하지만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상 민영화'를 위한 수순으로 서비스 질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고 취약계층의 복지서비스 접근성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일상돌봄 서비스 사업 추진계획' 브리핑을 열고 하반기부터 12개 시·도 37개 지역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일상돌봄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일상돌봄 서비스는 혼자 일상생활을 유지해나가기 어려운 이들에게 돌봄·가사, 병원 동행, 심리지원 등을 통합 제공해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서비스입니다. 
 
지원 대상은 가족, 친지 등에 의해 돌봄을 받기 어려운 40~64세 중장년,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거나 이로 인해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13~34세 가족돌봄청년입니다.
 
정부의 돌봄 사업은 노인, 장애인, 아동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해 중장년이나 청년이 복지 사각지대로 밀려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3.4%에 달하고 고령화로 돌봄 수요가 늘면서 국가가 돌봄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그동안 중장년이나 청년은 돌봄 서비스를 받기 어려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사업은 모든 지역에서 공통으로 제공하는 '기본 서비스'와 각 지역의 수요와 여건을 반영해 자체적으로 기획·제공하는 '특화 서비스'로 구성됩니다.
 
기본 서비스는 사회복지사 등 서비스 제공인력이 이용자의 가정에 방문해 돌봄과 집안일, 은행 업무·장보기 동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용자의 상황에 따라 월 12∼72시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특화 서비스는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심리 지원, 식사·영양 관리, 소셜다이닝과 같은 교류 증진 등 일상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서비스입니다. 이용자는 최대 2개의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식사·영양관리, 병원 동행, 심리·휴식 지원 등은 공통으로 지원합니다. 중장년에겐 생활운동 프로그램 등을, 가족돌봄청년에겐 간병·돌봄과 자립 기반 조성을 위한 교육을 제공합니다.
 
대상자는 소득이 아닌, 얼마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를 기준으로 선정됩니다. 다만 소득을 기준으로 서비스 이용가격에 대한 본인 부담금이 차등적으로 부과됩니다.
 
기본 서비스 이용 가격은 12시간 '월 19만원', 36시간 '63만6000원'이며 특화 서비스는 종류에 따라 '월 12~25만원' 수준입니다.
 
기본 서비스의 경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본인부담금이 없습니다.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는 전체 서비스 금액의 10%, 중위소득 120~160%는 20%, 중위소득 160% 초과는 100%를 스스로 부담합니다.
 
특화 서비스의 경우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전체 서비스 금액의 5%를 지불합니다.
 
정부가 질병이나 부상, 고립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중장년과 가족돌봄청년까지 돌봄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사진은 이기일 제1차관의 돌봄서비스 제공기관 현장 방문 모습. (사진=뉴시스)
 
사업은 서울·부산·대전·울산·경기·강원·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 등 1차로 선정된 12개 시·도에서 이달부터 추진합니다. 서비스 제공기관은 민간기관 중 우수한 기관들이 다수 참여하게 될 전망입니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서비스 이용 희망자의 신청을 받을 예정입니다. 정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올해 하반기에 최소 6000명을 지원하고 앞으로 중장년과 청년에 대한 돌봄 지원을 늘려 나갈 방침입니다.
 
특히 정부는 사회서비스양을 늘리고 품질을 높여 산업 규모를 키우는 방식으로 '복지·고용·성장 선순환' 고리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습니다. 
 
2021년 기준 33%인 전 국민 사회서비스 이용률을 2027년까지 40%까지 높인다는 계획입니다. 소득 기준과 관계없이 이용 가능하도록 열어두고 소득에 따라 본인 부담금을 내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입니다.
 
즉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통해 민간 공급자 간 경쟁을 유도하면서 사회서비스의 품질이 높인다는 전략이나 '사실상 민영화'라는 만만치 않습니다.
 
사회서비스는 이미 민간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노인·아동 복지, 보육, 노인장기요양 등 사회서비스 공급 기관 80%가량은 개인·법인 등 민간이 운영 중입니다. 
 
영세한 기업이 많다 보니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또 취약계층의 복지서비스 접근성 및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시민연대 측은 "각자도생을 조장하고 국민의 돌봄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저소득층 가구보다 중산층 가구의 돌봄 수행을 더 선호하는 현상이 벌어질 것은 자명하다. 경제력에 따라 이용하는 기관이 달라지는 사회서비스 계층화가 심화할 것이고 경제적 약자일수록 더욱 소외되고 배제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중산층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면 이용자 부담 능력에 따라 차등화된 서비스 제공의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며 "정부지원금에만 의존할 가능성이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서비스에서 배제하거나 차등화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가능성이 더욱 커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실 적은 비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시장에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국가가 재원 조달을 통해 고용과 서비스 질 개선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정부가 질병이나 부상, 고립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중장년과 가족돌봄청년까지 돌봄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사진은 사회서비스 시장화 정책 규탄 및 돌봄 노동의 공공성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주혜린 기자 joojoosk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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