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KG모빌리티(003620)가 에디슨모터스를 품습니다. 지난해 쌍용자동차 인수를 추진하다 자금 부족으로 포기했던 에디슨모터스였는데요. 이제는 KG모빌리티가 에디슨모터스 최종 인수 예정자로 1년 만에 자리가 뒤바뀌었습니다.
KG모빌리티는 에디슨모터스를 통해 친환경 종합 상용차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입니다. 현재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상황에서 KG모빌리티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KG모빌리티 평택공장 전경.(사진=KG모빌리티)
4일 업계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는 조만간 회생계획안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이후 관계인 집회를 통해 회생계획에 대한 채권자 등의 동의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KG모빌리티에 인수됩니다.
KG모빌리티는 에디슨모터스를 인수함으로써 전기버스 사업 확장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대형 전기 버스에 국한된 라인업의 한계 극복 위한 중·소형 트럭, 버스 등으로 제품 라인업 확대하겠다"며 "향후 에디슨모터스를 명실 공히 종합 상용차 회사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디슨모터스는 함양공장에서 차량의 디자인과 설계, 부품개발을 통해 섀시공정에서부터 차체, 도장, 의장공정 및 완성 및 안전검사까지 버스제작의 전공정을 거쳐 생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에서 셀을 공급받아 전기버스에 장착하고 있죠. 현재 주력차량인 대형 저상 전기버스의 국산화율은 재료비 기준 88.3%에 달합니다. 다만 중형 저상 전기버스는 군산공장에서 SKD(반제품방식)로 조립 생산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KG모빌리티가 당장 에디슨모터스 부지와 생산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만큼 빠르게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에디슨모터스가 중국에서 수입해 조립하는 부분도 있지만 분명히 전기버스 노하우가 있다"며 "현재 KG모빌리티는 미래 모빌리티 성장 동력이 떨어지는 만큼 (이번 인수는)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신의 한수"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쌍용차 인수를 추진하는 동안 에디슨모터스 내 전기버스 전문가들이 많이 빠져나갔다"며 "전문가 모집을 통해 회사를 재정립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슨모터스 대형 전기버스.(사진=에디슨모터스)
현재 국내 전기버스 시장의 경쟁 환경은 녹록치 않습니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상당한 점유율을 가져가고 있는데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국산 전기버스 점유율은 45.3%입니다. 2020년 23.2% 수준에 그쳤지만 2021년 33.2%, 2022년 38.7% 등 해마다 올랐습니다.
중국 전기버스가 인기를 끄는 것은 저렴한 가격 때문인데요. 하이거, BYD, 황해자동차 등 주요 중국 전기버스 업체들은 국내 총판 업체를 통해 수출합니다. 대당 수입단가는 1억5000만원 수준으로 3억원 초중반인 국산 전기버스에 비해 절반가량 저렴하죠. 여기에 대형 전기버스 국고보조금 최대 7000만원도 국산과 동일하게 받습니다.
국내 수입되는 중국 전기버스 브랜드도 13곳에 달하는 반면 국산은 현대차, 에디슨모터스, 우진산전, 자일대우 등 4곳에 불과합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모델이 다양해 중국산 버스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죠.
업계 관계자는 "전기버스는 전기 승용차 보다 제작이 쉽고 부품 수도 훨씬 적다"며 "비슷한 성능 수준에서 가격이 저렴한 만큼 중국산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올해 보조금 개편이 이뤄지면서 중국산 전기버스가 타격을 줄 전망입니다. '배터리밀도'에 따라서 보조금을 차등하는 방안이 도입됐기 때문인데요. 배터리밀도가 1ℓ당 500Wh 이상이면 성능보조금(대형 6700만원·중형 4700만원)이 100% 지원되고 400Wh 미만이면 70%만 줍니다. 중국산 버스가 주로 쓰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대부분 400Wh미만입니다. 전기승합차 배터리와 관련해 '안전보조금(300만원)'도 신설됐습니다. 안전보조금은 자기인증이 아닌 공인기관에서 안전성을 인증 받은 경우 지급됩니다. 자기인증제가 중국산 전기버스가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꼽혀왔습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전기버스에 대해서 배터리 등 세부적으로 국내가 유리하게끔 보조금 정책을 개정했다"며 "KG모빌리티가 국내 모델로서 자리매김한다면 보조금도 많이 받을 수 있고 KG모빌리티라는 브랜드 이미지로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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