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대웅제약(069620)을 바라보는 증권사들의 시각이 어쩐지 수상합니다. 보톡스 기술유출에 대해 검찰이 최근 재수사를 결정하는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우호적입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086900)와 2016년부터 보톡스 원료 기술 유출 의혹 두고 공방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올해 2월 메디톡스와의 민사 1심에서 대웅제약은 패소했고 주가도 크게 하락했죠.
대웅제약, 민사 소송 패소 후 주가 '급락'
지난 2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낸 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습니다. 2017년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 보톡스 주사약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한 후 5년여가 지나 나온 판결입니다. 재판부는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주며 대웅제약에 보툴리눔 균주를 넘기고 균주 완제품과 반제품 폐기, 손해배상금 400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죠.
승소한 메디톡스 주가는 치솟았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메디톡스 주가는 승소가 반영된 2월 10일 29.94% 오른 17만3600원 상한가로 마감했습니다. 민사 소송 승소로 바로 상한가로 직행한 것이죠.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4월 14일엔 올해 장중 최고가인 28만1000원을 찍었습니다. 지난 29일 메디톡스는 민사 소송 승소 이후 70.3% 급등한 22만750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반면 대웅제약 주가는 크게 하락했습니다. 메디톡스가 상한가를 기록한 2월10일 대웅제약은 19.35% 급락했습니다. 3월 중순까지 약세는 이어졌고 10만원선까지 떨어졌습니다. 재판부 판결 이후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주가는 엑스자를 그린 것이죠. 지난 29일 대웅제약 주가는 또다시 10%가 넘게 급락했는데요. 이날 주가는 11.03% 하락해 10만원선도 무너진 9만2000원에 마감했습니다. 장중엔 올해 들어 최저가인 9만1900원까지 밀렸네요. 최근 검찰이 보툴리눔 균주 기술 유출 의혹과 관련해 재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2월 10일부터 대웅제약은 전날까지 40.3% 하락했습니다.
서울고검은 지난 22일 대웅제약의 산업기술유출방지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사건에 대해 재기수사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기수사 명령은 상급 검찰청이 항고나 재항고를 받아 검토한 뒤 수사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면 다시 수사를 하라고 지시하는 절차입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7년 대웅제약과 대웅제약 직원을 형사 고소했습니다. 작년 2월 서울중앙지검 형사12부는 대웅제약과 임직원 등에 무혐의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는데요. 메디톡스는 작년 3월 항고장을 냈고 1년 3개월여 만에 해당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결정됐네요.
대웅제약 커버 증권사 10곳 넘어…메디톡스는 단 한 곳
표=뉴스토마토
하지만 증권가 리서치센터들이 두 회사를 대하는 태도는 주가 흐름과 딴판이었습니다.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29일 기준 지난 1년 동안 증권사에서 발간한 대웅제약 기업 리포트는 112개입니다. 메디톡스는 같은 기간 10개만 나왔죠.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대웅제약을 커버하는 증권사는 메리츠증권·DB금융투자·하나증권·상상인증권·NH투자증권·다올투자증권·키움증권·현대차증권·하이투자증권·교보증권·IBK투자증권·이베스트투자증권 등 12개사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4월 말 이후 보고서가 없고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2월, 대신증권과 한화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1월 이후 보고서를 쓰지 않았습니다.
반면 메디톡스를 커버하는 증권사는 SK증권 단 하나입니다. 지난 1년간 신한투자증권과 SK증권에서만 메디톡스 기업 보고서가 나왔는데요. 이동건 SK증권 연구원이 신한투자증권에 근무할 때부터 현재까지 계속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으로 사실상 애널리스트 한 명만 메디톡스를 분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간 민사 소송에 대해서 판결 전 대웅제약의 우세를 예상했습니다. 작년 형사 소송에서 대웅제약이 무혐의를 받은 것을 내세우며 민사 소송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거나 불확실성 요인이 있지만 성장 잠재력이 더 크기 때문에 주가 밸류에이션에 프리미엄을 부과했습니다.
민사 소송에서 대웅제약이 패소하자 애널리스트들은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습니다. 대부분 20만원 수준이었고 가장 낮은 목표주가는 19만원이었지만 민사 판결 이후 18만원 아래로 조정한 증권사가 많아졌죠. 다만 소송에 대한 리스크 보단 미국과 유럽 매출에 영향이 없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주가 하락하지만 긍정 전망?…"소송, 추정 어려워"
투자자들에게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투자의 척도입니다. 대웅제약 주가는 하락세가 이어지는데도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주가가 상승하는 메디톡스는 커버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소송이랑 상관 없이 그동안 나왔던 매출은 꺾이기 어려워 보인다"며 "대웅제약은 실적을 기록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한 가지 이슈로 기업가치를 완전히 떨어뜨리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연구원은 "추정치를 바탕으로 기업 전망을 하는데 소송의 경우 추정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대웅제약이 지난 2월 민사 소송 판결이 나기 전 대웅제약을 커버하는 애널리스트들을 모아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대웅제약이 제약 바이오 애널리스트들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를 병행해서 커버하지 말라고 주문을 했다는 풍문입니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 관계자는 "2월 민사 소송 전에 회담을 열었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라며 "담당 애널리스트에게 전달해야 하는 정보만 전달할 뿐 같이 다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요청 등은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아울러 대웅제약이 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메디톡스를 바로 좋게 평가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애널리스트 입장에선 기존에 발간한 보고서를 부정하게 되는 꼴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가 싸우는데 한 쪽이 이기면 한 쪽이 지는 경우는 국내에 많이 없다"며 "애널리스트가 양사를 커버할 경우 다른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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