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기차 충전 비용도 오를 것으로 예고되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유지비가 저렴한 것이 전기차의 장점인데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충전요금도 오를 수밖에 없는데요.
그동안 과도하게 저렴했던 충전요금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차주들의 부담은 커질 전망입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충전소 '이피트'.(사진=현대차)
27일 환경부 등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 충전요금은 급속충전기(50㎾)의 경우 킬로와트시(㎾h)당 324.4원, 초급속충전기(100㎾ 이상)는 347.2원입니다.
그동안 ㎾h당 급속충전기는 292.9원, 초급속충전기는 309.1원이었지만 지난해 9월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할인이 종료되면서 일제히 올랐습니다.
여기에 한국전력이 지난달 16일부터 전기요금을 ㎾h당 8원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전기차 충전요금 인상도 불가피해졌습니다. 한전은 조만간 충전기 전력에 따른 충전요금 변동을 환경부에 통보할 예정입니다.
전기차의 가장 큰 매력은 내연기관차보다 낮은 유지비입니다. 전기차 충전요금은 충전사업자별로 요금을 정하는데요. 하지만 환경부·한전도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어 정부 충전요금이 업계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각종 전기차 커뮤니티에서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저렴한 유지비 때문에 돈을 더 주더라도 전기차를 구입했는데 충전요금이 상승하면 이 이점이 사라지기 때문이죠. 특히 화물·택시기사와 같은 생계형 차주가 느끼는 체감은 더 큽니다.
완속충전은 속도도 느리고 충전량도 적어 대부분 급속충전을 이용하는데 충전요금이 오르면 수시로 충전을 해야 하는 운전자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요금 인상에 앞서 전기차 충전 인프라부터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전기차 보급대수는 42만4186대지만 충전기는 그 절반인 22만5731대에 불과합니다.
화성 휴게소 이피트.(사진=현대차)
반면 정부는 지난해 9월 요금 인상 당시 전기차 충전요금은 내연기관의 42~45% 수준(급속충전 기준)이라고 밝혔는데요. 전기차 이용자들의 부담은 여전히 낮고 요금을 올리더라도 이는 인상이 아닌 현실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결국 충전요금을 올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가솔린, 디젤과 전기차 충전요금이 비슷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굉장히 낮은 국가"라며 "휘발유 대비 50%까지는 인상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급속충전기는 요금을 올려서 비즈니스 모델로 활성화시키고 심야 완속충전 요금은 아주 낮게 해서 소비자가 찾아가게끔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나라 충전 시스템이 성공하느냐 안 하느냐는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하는 여부에 달렸다"고 덧붙였습니다.
일각에서는 충전요금 인상과 함께 전기차 보조금도 갈수록 줄고 있어 전기차 판매량 상승세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올해 전기차 보조금은 기존 최대 700만원에서 중·대형 680만원으로 줄었고 보조금을 100% 지원받을 수 있는 차량가격 기준도 5500만원 미만에서 5700만원 미만으로 올랐습니다. 세계 각국도 전기차 보급에 속도가 붙자 보조금을 점차 줄여나가는 추세입니다.
실제 독일은 올해 전기차 보조금 상한선을 6000유로(약 850만원)에서 4500유로로 삭감하고 내년에는 상한액을 3000유로까지 축소할 계획입니다. 영국은 지난해 6월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고 스웨덴과 중국도 없앴습니다. 이에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보급형 전기차를 내놓으며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동시에 유럽 주요국과 중국 등 전기차 구매보조금 폐지·삭감 계획에 선제 대응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요금 인상, 보조금 축소가 동시에 이뤄질 경우 전기차 보급이 둔화될 수 있다"며 "보급형 전기차 모델이 나오기 전까지는 소비자들이 충전요금, 보조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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