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1년)'자유시장' 메아리로 남아…무너진 KT
6개월째 차기 대표 찾는 중…7월에야 후보자 물색 나설 듯
쉬운 정권 없었다지만…"눈밖에 나지 않아야"
2023-05-10 06:00:14 2023-05-10 09:54:36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습니다."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입니다."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사를 통해 언급한 내용입니다. 국내외적 위기와 난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보편적 가치인 '자유'를 인식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취임사에서만 '자유'는 35번 언급됐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통신시장에서 자유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자유시장경제를 명분 삼아 관치가 자리했습니다. 반년 동안 차기 대표이사 찾기에 나서고 있는 KT(030200)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정통 KT맨으로서 내부 승진을 통해 대표 자리에 올랐지만, 야권 시절의 인사가 연임에 나서는 것이 현 정부 눈에 달갑지 않았던 탓입니다. 투명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국민연금의 목소리도 더했습니다. 내부 인사들의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 사퇴에도 정권 눈밖에 난 KT 사태는 쉽사리 정리되지 않고 있습니다. 
 
KT에 집중되던 화살은 과점화된 통신시장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경쟁촉진 방안 마련을 통해 통신비 인하에 나서겠다는 것이 골자인데,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시장 과점 폐해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입니다. 새정부 초기 통신비 인하 압력은 늘상 있어왔던 것이지만, KT 사태에 국민연금 목소리가 입혀졌듯 통신비 인하 압박에는 공정위 공권력이 동원되는 모습에 기업경영의 자유는 퇴색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6개월째 차기 대표 찾는 중…7월에야 후보자 물색 나설 듯  
 
자산 45조8600억원·재계 순위 12위·민영화 21년차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KT도 외압에는 무참히 무너졌습니다. 정부의 목소리를 대변한 KT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았고, 뒤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월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주인이 없는, 소유가 분산된 기업들은 공익에 기여했던 기업들인 만큼 정부의 경영 관여가 적절하지 않으나,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국민연금 행보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KT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가 지난해 말 14명의 사외인사와 13명의 내부 후보자 가운데 구현모 전 KT 대표의 연임 적격을 결정하고 차기 대표이사 최종후보로 추천하기로 의결했지만, 정부의 입김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지난 2월9일 공개경쟁 방식으로 대표이사 선출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구 전 대표의 후보자군 사퇴, 최종 후보자에 오른 윤경림 전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의 후보 사퇴 등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지난해 11월8일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 결정 이후 6개월째 대표이사 찾기에 나선 형국입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일 발표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KT 거버넌스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KT 사외이사들이 자진 사임하고, 이사회가 와해된 원인은 사실상 정부와 정치권 압력에 기인한 바 크다"며 "이른바 주인 없는 기업 KT가 정권 낙하산을 수용하지 않은 대가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공식적으로 대표 공백 상태임을 의미하는 비상경영체제 돌입은 40일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KT 관련된 후보자들이)다 내려올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다"란 재계 관계자들의 발언은 기정  사실이 됐습니다. KT 뉴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는 사외이사 선임 절차 개선방안을 마련했고, 6월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를 선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7월에서야 대표이사 후보자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관치로 인한 경영공백 장기화는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습니다.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쉬운 정권 없었다지만…"눈밖에 나지 않아야"
 
윤석열정부에 찍힌 KT 사례는 통신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입니다. 지난 2월부터 본격화된 통신비 인하 압박이 대표적입니다. 대통령이 '통신은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는 언급을 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3사의 요금 담합 여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3사의 과점 구도를 깨고, 경쟁을 활성화해 통신비 인하를 이루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중입니다. 통신비 인하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반복된 이슈입니다. 기본료 인하,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선택약정할인제도 등의 결과물을 내놨습니다. 이처럼 통신비 인하 압박이 비단 윤석열정부에서만 관찰되는 현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통령 한마디에 공정위가 조사에 나서고 시장을 옥죄려는 분위기가 연출되는 건 당황스럽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기업이 자유롭게 판단하고 투자하며 성장해야 한다는 지론을 역설해왔던 윤석열 대통령인 만큼 현재의 통신비 인하 압박이 취임 초기 지론에 역행하는 것이란 평도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압박을 공권력을 동원해 조성하려는 것도 자유라는 이름으로 관치를 노골화하려는 것이라 입을 모읍니다. 가령 국민연금이 KT의 지배구조 문제를 들먹였듯, 공정위가 담합 이슈를 살펴보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때문에 KT의 비상경영체제 장기화를 바라보면서 통신업계에선 우선 몸 사려야 할 때라는 자조적 목소리도 들립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권 교체기마다 쉬운 적이 없었지만, 특히 정권에 발맞춰 눈밖에 나면 안 된다는 의기투합이 공유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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