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2일 오전 10시 검찰에 자진 출두했지만 담당 검사와 통화조차 하지 못한 채 입구에서 돌아서야 했습니다.
소환 통보를 할 때까지 기다리라던 검찰 측의 의견을 무시한 채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섰다가 문전박대를 당한 셈입니다. 송 전 대표는 '구속영장 기각을 위한 쇼'라는 비판에 대해 '정치적 기획수사'라고 맞섰습니다.
'화이팅' 대 '정치쇼'
송 전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 검찰청 입구는 취재진과 지지자들, 보수·진보 성향의 유튜버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했습니다.
송 전 대표가 나타나자 지지자들은 '송영길 화이팅', '송영길 믿는다' 등을 연호하며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반대파들은 '송영길은 사과하라', '정치쇼 하지 마라'며 외치다가 지지자들과 서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송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위해 마련된 곳에 머물지 않고 바로 서울중앙지검 청사 내부로 입장했고, 청사 내부로 진입하지 못한 지지자와 유튜버들은 서로를 밀치며 혼잡한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전화까지 안 받네"…"출석 등록 안 돼있어"
송 전 대표는 청사 내부 종합민원실 창구에서 반부패수사2부와의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출석 등록'이 안됐다는 이유로 출입이 거절됐습니다. 송 전 대표의 요청에 따라 민원실 직원이 김 부장검사의 사무실에 통화를 요청했으나 결국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송 전 대표는 "전화까지 안 받을 필요가 있냐"며 "변호사를 통해서 연락을 했지만 그래도 직접 통화를 하고 싶었다. 나가자"고 말했습니다.
그는 청사 밖의 소란에 안에서 잠시 대기하다가 오전 10시9분 쯤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지지지와 유튜버들의 함성과 고함이 섞인 소란 탓인지 기자회견문이 쓰인 A4 용지를 손에 꼭 쥔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돈봉투 의혹'과 관련한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야당 수사에만 올인하는 정치적 기획수사"
소란에도 불구하고 A4 5장 분량의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기 시작한 송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이 사건은 당연히 공안부에 배당 돼 수사해야 할 사안"이라며 "장관의 직접 하명 수사를 하는 부서가 담당함으로써 정치적 기획수사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까지 이 사건의 피의사실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남발한다"며 "이것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과 형사소송법상 공판중심주의를 비롯한 모든 원칙을 위반하는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정치적 기획수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서는 이정근 개인비리 사건에서 송영길 주변에 대한 이중별건수사를 하는 탈법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며 "박희태 국회의장 전당대회 금품수수 사건처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로 사건을 이첩해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자진 출두? 검찰이 사실상 소환한 것"
송 전 대표는 검찰의 소환 요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진 출두한 이유에 대해 "파리에서 국가적 약속으로 강의를 하고 있는 사람을 검찰이 언론에 노출해 사실상 소환한 것"이라며 "출국금지 시키고 수사도 안하고 일주일째 혼자 있는데 내년 6월 명예박사를 주기로 한 파리 경영대학원에서 언제 오는지 문의가 와 이런 걸 협의하고자 나왔다"며 '정치쇼'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수사의 발단이 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녹취록에 대해선 신빙성과 증거 능력이 부족하다며 "다급해진 검찰이 증거를 조작하기 위해 갑자기 저의 집과 측근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자신의 후원조직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 후원금이 경선 자금으로 쓰였다는 의혹 수사에 대해선 "지금까지 회원이자 고문으로서 회비와 후원금을 내왔고 한 푼도 먹사연의 돈을 쓴 적이 없다"며 "회계장부를 압수수색했으니 분석하면 관련 없음이 드러날 것"이라고 주장한 뒤 이날 오전 10시32분쯤 기사회견을 마치고 자리를 떴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관석 의원 등 경선 캠프 관계자들이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현역 의원들과 지역본부장 등 수십 명에게 9400만원을 살포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송 전 대표를 공범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으며 먹사연의 기부금을 경선 캠프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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