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친미' 일본·사우디도 실리 외교…한국만 '올인'
윤 대통령, 포탄 33만 발 우회지원 이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 시사
2023-04-20 06:00:00 2023-04-20 06:31:26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항해 러시아 제재 행렬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이 석유 가격 상한제를 어기면서 높은 가격에 러시아산 석유를 수입했고,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들도 러시아산 석유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친미 국가라는 점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오로지 미국만 보는 이른바 ‘올인 외교’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한-러 관계’ 파탄을 경고한 상황에서 한국의 외교적 실익 실종이 우려되는 이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 제공)
 
"살상무기 지원 않는다" 원칙도 깨
 
19일자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 상황이 있다면 우리가 인도주의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주장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군사적 지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간 윤석열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용 무기 지원은 불가하다”는 원칙을 밝혀 왔으나, 앞으로는 이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겁니다.
 
이런 윤석열정부의 기조는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 대통령실을 도청해 작성한 기밀 문건에서도 드러납니다. 문건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 당시 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155mm 포탄 33만 발을 폴란드로 수출해 우크라이나로 우회 지원하자고 이문희 외교비서관에게 말하는 대목이 등장합니다. 이후 MBC 등 언론을 통해 포탄 이동 상황 등이 속속 밝혀지면서 실제 정부가 미국의 요청에 발맞춰 움직였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윤석열정부가 대미 밀착 외교를 진행하는 것과 달리, 세계 각국은 실리 중심 외교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우선 중동 산유국들은 미국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감산 조치를 하는 한편, 러시아산 석유까지 대거 사들이고 있습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일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중동 산유국들이 서방 국가들의 대러 제재로 값이 싸진 러시아산 석유를 대거 사들여 자국 수요에 충당하거나, 국제시장에 되팔아 차익을 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원자재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지난해 UAE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은 6000만배럴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우디의 경우 러시아로부터 하루 약 10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전혀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입니다. 
 
WSJ는 브라이언 넬슨 미국 재무부 차관이 지난 2월 순방을 통해 중동 국가들에 대러 제재 동참을 촉구했지만 실현되지 않은 점을 지적, 최근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짚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5일 보궐선거 여당 후보 지원을 위해 와카야마현의 항구를 방문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 정상회담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천명할까 우려"
 
미국의 가장 가까운 아시아 동맹국인 일본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WSJ는 지난 2일 일본이 러시아산 석유를 가격 상한선보다 비싼 가격에 수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 호주는 러시아산 원유와 정제 유류제품에 대한 가격 상한을 배럴당 60달러로 제한했습니다. 일본 공식 무역 통계를 보면, 일본은 올 1~2월 러시아 석유 약 74만8000배럴을 총 690억엔(68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럴당 평균 약 69.5달러에 구매한 것입니다. G7국가인 일본이 대러 제재를 어긴 것입니다. 
 
일본은 러시아와 영토분쟁 중인 쿠릴 4개 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산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구매해 왔습니다. 외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은 대러 제재 상황에서도 악영향을 받지 않도록 미국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결과 일본은 미국에 양해를 구해, 일본이 구매하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서는 오는 9월30일까지 한시적으로 가격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됐습니다. 
 
또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크게 낮추는 상황에서도 일본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전년보다 4.6% 늘렸습니다. 게다가 일본은 G7 국가 중 유일하게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일본을 ‘배신자’로 보는 분위기입니다. WSJ는 미국의 가장 가까운 아시아 동맹국 중 하나인 일본이 미국 주도 아래 진행 중인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서 동맹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이 값싼 에너지 수입을 위해 양국을 오고가며 외교를 펼치는 사이, 한국은 미국 일변도 올인 외교로 비용만 떠안게 됐습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3일 발표한 ‘2022년 무역수지 주요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78억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는 수입단가 20%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석탄·석유·가스 등 3대 에너지 수입단가가 전년 대비 64.5% 상승하면서 이들 에너지 수입 증가액은 785억달러에 달했습니다. 이는 한국 전체 수입 증가액(1163억달러)의 67.5%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게다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를 실행할 경우 양국 관계는 파탄이 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정부와 윤 대통령의 일련의 행태를 볼 때 오는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천명하는 일이 생길까 우려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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