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탐사보도부 유연석·최병호·배덕훈·신태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윤 대통령 측과 무속인 천공(본명 이천공) 측의 교류가 있었다는 정황을 <뉴스토마토>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2022년 4월16일, 천공의 최측근 신경애 정법시대문화재단 이사장이 당시 정법시대 법무팀장 A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입니다.
2022년 4월16일 신경애 정법시대문화재단 이사장이 당시 정법시대 법무팀장 A씨에게 발송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뉴스토마토>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메시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장님ㅡ허창수님의 비서실장님도 난민 강의를 듣게 하시고, 그 분이 허창수 회장님께도 들으시게 하시라고 하십니다ㅡ 지금 바이든이 5월22일에 한국에 오시니 그전에 허 회장님과 미팅이 되고, 보고서를 만들어 대통령께 올리시구요ㅡ 시간이 급하다고 하십니다ㅡ"
이 메시지를 보낸 신 이사장은 천공이 "1등 제자"라고 소개할 정도의 핵심 측근입니다. 20대 대통령 취임식에도 초청됐습니다. 천공과는 20년 넘게 긴밀한 관계를 이어왔으며, 천공의 모든 일정과 대내외 전략 등을 관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내부에서는 신 이사장을 '신 원장'으로 지칭합니다.
해당 메시지와 관련해 전 법무팀장 A씨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곧 방한을 하는데 그 전에 대통령실에 천공의 기획안을 보고해야 하니, 허창수 회장과의 사전 만남이 필요하다는 지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허 회장 측에 밀봉된 문건도 전달했다고 했습니다.
메시지에 적힌 '대통령께 올리시구요'는 '대통령께 올리려고요'를 잘못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는 "저 메시지대로라면 나에게 허창수 회장과 미팅을 한 뒤 보고서를 만들어 대통령께 제출하라는 의미가 되는데, 내겐 (대통령께 보고할)그 정도의 능력은 없다"고 했습니다.
A씨 주장이 사실일 경우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윤 대통령 측과 천공 측이 교류를 해왔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더군다나 천공 측이 재계를 끌어들여 국정에도 개입하려던 것으로 읽힐 수밖에 없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시켰던 '최순실 국정농단'이 떠오른다는 지적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시절이었던 2021년 10월5일과 11일 당 경선 TV토론회에서 유승민 후보의 거듭된 공세에,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천공을 몇 차례 만났다는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다만 '최보식 칼럼'을 통해 천공과의 관계가 문제가 된 이후에는 "서로 연락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실 또한 그간 같은 입장이었습니다.
2021년 10월11일 진행된 국민의힘 대선 후보자 호남 합동 TV토론회에서 당시 유승민 후보가 '정법(천공) 같은 헛소리를 하는 사람을 왜 만났는지'를 묻자 윤석열 후보가 "아니, 만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라고 답하고 있다.(사진=엠빅뉴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천공 측이 허창수 회장에게 제안하려 했던 '난민 사업'에 대해 A씨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 대규모 난민촌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신 이사장과 A씨가 긴밀히 움직였던 시기와 맞물려 천공은 난민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말하기 시작합니다. 2022년 4월11일 천공은 유튜브 채널에 '중남미 난민 제로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강의 영상 3개를 올립니다. 신 이사장은 이날 A씨에게 카카오톡으로 해당 영상 링크와 함께 "국장님 들어보시고, 허창수 회장님과 인연이 닿는 분께도 들어보시게 하시면…"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총 33분 분량의 강의 내용을 정리하면, 대한민국 정부와 국내 기업들이 국제금융 약 300조를 끌어다 미국과 멕시코 접경지대에 특구를 지정, 공단을 조성하고 이곳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중남미 국가의 난민들을 수용해 1차 소비재를 생산하게 하자는 겁니다. 300조 자금은 무이자로 20년 거치 30년 상환 계획으로 미국이 보증을 서야 하는데, 난민 사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천공의 판단이었습니다.
2022년 4월11일 천공의 유튜브 채널(jungbub2013)에 업로드된 세 편의 '중남미 난민 제로 프로젝트' 강의 영상 중 첫 번째 영상. 천공이 난민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영상 갈무리)
천공은 해당 계획을 대한민국 정부와 기업이 함께 미국에 제안하면, 난민 문제로 골치 아픈 미국은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봤습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입 의존도 역시 크게 낮출 수 있어 G2 간 패권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면서 특구만 조성되면 10~15년 뒤에는 저절로 경제가 일어날 것이니 한국 대기업들이 이런 국제 사업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가 대통령실을 통해 바이든 미국 대통령 측에 전해졌다면 대한민국 외교에까지 천공이 개입한 것이 돼 정국은 일대 혼란을 겪게 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천공(맨 오른쪽)과 신경애(오른쪽에서 두번째) 정법시대문화재단 이사장이 2022년 9월 중순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미국인 댄서의 공연을 보고 있다.(사진=미국인 댄서 Dre의 틱톡(@der_da_dancer) 영상 갈무리)
천공은 윤석열 대통령이 UN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던 9월20일(한국시각) 무렵 뉴욕 맨해튼에서도 등장합니다. 신경애 이사장도 함께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천공은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한 '한미 수교 140주년'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다시 한 번 '난민 문제'를 꺼냅니다.
이 영상에서 천공은 지금이야말로 난민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합니다. 이어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 어마어마한 혼돈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난민 문제 해결책을 우리가 설계해 지구촌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난민 문제를 해결할 자금은 국제금융에 다 마련돼 있으니 명분만 있다면 쓸 수 있다는 말도 반복합니다.
윤 대통령은 21일(한국시각) UN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이튿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초대돼 짧게 연설한 뒤 논란의 '48초 환담'을 나눕니다.
A씨 주장이 허무맹랑하다고 치부하기에는 일단 A씨의 전 직책과 신경애 이사장과의 소통 내역 등 천공 측과의 관계가 심상치 않습니다. A씨는 정법재단 법무팀장으로 있으면서 천공 및 신 이사장과 긴밀히 교류하며 언론 창구 등을 맡았습니다. 잡지 '여성시대' 총괄편집국장의 직위도 활용, 천공을 비롯해 신 이사장과의 인터뷰 등도 다수 잡지에 실었습니다.
A씨는 한 달여 지속된 본지 탐사보도팀의 끈질긴 설득 끝에 신 이사장으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공개했습니다. 특히 신 이사장이 A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면 문장 앞뒤로 특수문자 'ㅡ'이 보이는데, 이는 두 사람이 주고받은 다른 메시지들에서도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신 이사장이 메시지 작성 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쓰는 습관으로 보입니다.
2022년 5월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에 참석한 GS건설 회장인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천공 측이 만나고자 했던 허창수 회장은 GS건설 회장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무려 12년간 이끌었습니다. 허 회장은 지난해 5월21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에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전경련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붕괴 위기에 직면한 바 있습니다. 당시 미르·K스포츠 재단에 회원사들이 774억원을 출연하도록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국회에 대기업 총수들이 불려나왔고, 이들 중 일부는 전경련 탈퇴를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문재인정부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정부와 재계의 창구로 역할했습니다만, 현 정부 들어 다시 전경련이 부활하는 조짐입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허 회장의 뒤를 잇습니다. 비기업인이 수장에 오르는 것은 1961년 전경련 출범 이래 최초입니다.
본지 탐사보도팀은 의혹을 확인코자 신경애 이사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전화와 문자, 카카오톡, 텔레그램, 이메일 등 모든 가능한 연락 수단을 동원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신 이사장의 거처로 알려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모처와 수원시 영통구 월드홍익선원 등을 찾았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대신, 신 이사장은 본지가 물증으로 제시한 메시지를 의식한 듯 최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긴급히 바꾸기도 했습니다.
GS건설 측은 "허 회장이 (천공 측과)만날 일이 없다"고 했으며, 전경련 또한 "저희 임직원 중에 (천공 측으로부터)연락을 받은 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관련성을 부인했습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내용을 잘 모른다"고만 답했습니다. 추가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로서는)입장을 밝힐 직책에 있지 않다"며 "천공 관련해서는 대응을 안 한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대했던 '천공 측의 대통령 팔이' 또는 '대통령실은 무관하다' 등의 직접적 언급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신경애는 누구?
신경애 정법시대문화재단 이사장이 2022년 5월10일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후기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 영상 게시 날짜는 2022년 6월13일. (사진=유튜브 채널 '혜공 신경애의 Love & Respect'에 올라온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참석 후기' 영상 갈무리)
㈜정법시대 대표이사, 정법시대문화재단 이사장 등을 맡고 있습니다. 천공의 최측근 인물로 지근거리에서 각종 대소사를 처리하며 그를 보필하는 조직 내 2인자입니다. 또 천공이 인정한 유일한 제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천공이 지난해 7월26일 올린 영상에서 "1등 제자"라고 표현할 만큼 신임이 두텁습니다.
신경애는 2003년 3월에 천공과 첫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년 뒤인 2004년 천공이 '지공'과 함께 함께 조직한 ‘해동신선도’라는 단체에서는 ‘인공’으로 불렸습니다. ‘천지인’을 완성시킨다는 천공의 논리였는데, 최근 '혜공'으로 법명이 바뀌었습니다.
법원 판결문 등에 따르면 신경애는 지난 2004년 7월부터 2006년 7월까지 천공과 함께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살다가 간통죄로 고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후 두 사람 모두 항소해서 감형을 받고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에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받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신경애는 천공과 지난 2017년 주식회사 정법시대를 설립하고 여러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천공은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신경애는 천공의 대외 연락을 전담하는 인물로도 전해집니다. 정법시대 전 법무팀장 A씨는 대통령실 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와의 소통 창구로 신경애를 지목했습니다.
신경애는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했습니다. 신경애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취임식 참석 후기를 올리기도 했는데요, 해당 영상에서 신경애는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국제적 감각을 많이 익히신 분이며 미스코리아급 영부인"이라고 평했습니다.
탐사보도부 유연석·최병호·배덕훈·신태현 기자 ccb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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