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않는 것이 이득"…SM엔터, 하이브 인수 저지 총력
"1조원 딜을 실사 없이 진행…SM 가치 무시 처사"
하이브·SM, 국내 점유율 70% 달해…"하이브에만 시너지"
2023-02-20 15:55:35 2023-02-20 16:23:47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하이브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는 SM이 그간 해온 치열한 고민과 노력, 그리고 SM이 아스스트들과 함께 추구해 온 가치를 모두 무시하는 것입니다. (중략) 저희는 주주분들께서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는 것이 더 이득이라 생각합니다."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가 하이브(352820)와의 M&A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대한 반대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동시에 왜 하이브가 새 주인이 되면 안되는지에 대한 경영진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앞서서는 이성수 SM 대표가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성명문을 발표했고, 재직자 208명으로 구성된 'SM 평직원 협의체'가 "적대적 M&A를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SM, 공시·유튜브로 소액주주 잡기 총력
 
SM은 20일 공시를 통해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SM과 사전 협의나 논의 없이 당사 최대주주(이수만 전 총괄프류듀서)와의 별도 합의에 따라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훼손할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달 초 발표한 'SM3.0' 전략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 기업의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데, 하이브의 공개매수는 이 같은 전략의 실행을 가로막을 것이란 이유에섭니다. 
 
SM은 하이브가 새로운 비전과 미래 핵심 전략을 실현할 동반자가 아님을 재차 강조했습니다. SM의 핵심 사업계획 중 하나인 카카오와의 사업 제휴 추진을 무산시키려는 입장이 확인됐는데, 이로 미뤄볼 때 다른 사업 계획들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 자명하다는 주장입니다. 결과적으로 SM 소속 아티스트의 음원 발매 등이 후순위로 밀리는 등 사업적 역량이 약화되고, K팝 문화를 선도해 온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의 고유한 개성과 가치관도 사라질 것으로 염려된다는 것이 SM 측의 의견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일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SM이 하이브의 적대적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같은 날 SM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SM이 하이브의 적대적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영상에는 장철혁 SM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등장해 하이브의 행보가 왜 SM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지 주주, 팬, 국내 K팝 시장의 관점에서 상세히 설명을 했습니다. 
 
우선 경영적 측면에서는 사업 경쟁자가 모회사가 되면서 하이브의 이익이 우선시 되는 의사결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를테면, SM 소속 아티스트 앨범 발매가 후순위로 밀릴 수 있으며 팬 플랫폼도 SM(디어유)이 아닌 하이브(위버스)의 플랫폼을 사용하게 돼 새로운 사업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하이브 측이 주장하는 '시너지' 역시 SM 주주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K팝 시장의 관점에서도 하이브와의 합병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SM 측은 주장했습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두 회사의 음반과 음원 수익을 더하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데, 이는 K팝 시장의 다양성을 저해할 것이란 시각입니다. 장 CFO는 "시장의 공정한 경쟁도 저해하는 불공정이 발생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일 공개한 'SM이 하이브의 적대적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하이브와의 M&A가 주주, 회사, 팬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공정위 심사 피하기 위한 꼼수" 지적도
 
장 CFO는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하이브의 인수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공개매수까지 포함해 대략 1조원에 가까운 자본이 투입되는 빅딜에서 구체적인 실사 자료조차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장 CFO는 "피인수 회사에 대한 실사 없이 이사회 가결이 가능했을지 의문"이라며 "(하이브의) 기업 거버넌스가 건전하거나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장 CFO는 하이브가 이 전 총괄PD의 지분 14.8%만을 우선 매수한 것도 공정거래위원회 심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꼬집었습니다. 공정위의 사전심사를 피하기 위해 그 기준인 15%에 가까스로 미치지 않는 최대주주 지분을 우선 인수했는데, 대주주 지분 인수와 공개매수를 동시에 계획하고 발표한 바, 동일한 딜로 간주해 공정위 사전 심사를 거쳤어야 했다는 주장입니다. 
 
아울러 다음달 6일 구주 인수와 공개매수를 통해 15% 이상의 주식을 확보하게 되면 30일 후인 4월5일 기업결합신고를 마감해야 하는데, 주식을 먼저 확보하고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한 계산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의견도 덧붙였습니다.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SM 사업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사실도 우려스럽다고 장 CFO는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 장 CFO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한이 끝나기 전 SM3.0의 해외 전략과 투자 전략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사업 목표를 추가 공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카카오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대한 설명도 조만간 공개하겠다며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응하지 말 것을 거듭 호소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하이브는 "당사는 이미 SM의 지배구조 개선의 결과를 도출하며 회사와 주주의 가치 제고를 진행 중인 만큼 이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전하고 있습니다.  
작년 매출 8484억·영업익 1253억 기록
 
한편, 이날 SM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2022년 연간 매출이 8484억원, 영업이익이 125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0.9%, 영업이익은 38.5% 증가한 수칩니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봐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2564억원, 영업이익은 70% 늘어난 252억원을 달성하는 등 양호한 성적을 냈습니다. 
 
회사 측은 "전 사업부문의 고른 성장으로 실적이 개선됐다"고 밝혔습니다. NCT 드림과 레드벨벳 등의 음반판매량이 자체 기록을 경신하는 등 호조를 보였고 국내외에서 NCT 127, NCT 드림, 슈퍼주니어 등 콘서트가 35회 진행되는 등 콘서트 매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설명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