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1일 경기 성남 분당구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열린 디자인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윤혜원 기자] '사상 초유의 대통령실 고발…' 역술인 '천공'의 한남동 대통령 관저 답사 의혹 보도를 한 본지 기자에 대해 대통령실이 3일 형사 고발로 응수했습니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후 언론사를 고발한 첫 사례입니다. 본지 기자뿐 아니라 해당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등도 고발당했습니다.
김건희·천공 의혹 제기 때마다 대통령실 '고발' 응수
대통령실의 고발 조치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천공' 관련 의혹을 제기한 인사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고발 조치에 나섰다는 점인데요. 정작 이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당사자인 김 여사와 천공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대통령실이 앞장서서 정권 입맛대로 표적 고발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메시지보다는 메신저를 공격하고 있는 셈입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김 여사와 천공에 대한 의혹 제기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며, 강경하게 대응해 왔습니다. 이미 대통령실은 김 여사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소속 장경태·김의겸 의원을 고발했고, 천공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방송인 김어준씨,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등을 고발한 상황입니다.
대통령실 고발의 신호탄은 장 의원이었습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캄보디아 순방에 동행했을 당시 현지 신장병 환아와 찍은 사진을 두고 '조명을 동원한 콘셉트 촬영'이라고 지적한 장 의원을 지난해 11월 고발했습니다.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에는 '천공이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서울사무소를 답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의원과 그를 인터뷰한 김어준씨도 고발했습니다. 지난달 30일에는 김 여사의 '우리기술'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언급한 김의겸 의원이 고발당했습니다. 이어 지난 3일에는 김 전 의원과 같은 내용의 '천공 관저 답사 의혹'을 증언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고발됐습니다. 또 부 전 대변인의 발언 내용을 최초 보도한 본지 기자 등도 고발했습니다.
(천공 유튜브 캡처, 뉴시스 사진)
불붙는 윤 대통령 '권력 사유화' 논란
대통령실이 김 여사와 천공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들이 윤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의 부인과 그의 장모는 지척에 있는 가족이고, 천공은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직책을 받은 인물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윤 대통령과 개인적인 관계로부터 출발했거나, 그런 형태로 얽혀있다는 의혹을 받는 사람들이죠. 이들을 둘러싼 '사적 의혹'은 국정운영이라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윤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여사나 천공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에게 '정사'가 아닌 '야사'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이들을 다룬 의혹이 수차례 제기됐던 데다, 의혹 자체도 여론의 휘발성이 강한 소재여서 자칫 잘못하면 윤 대통령에게 큰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실이 이와 같은 대응을 하는 데 대해 "윤 대통령과 사적으로 맺어진 김 여사와 같은 인물을 두고 지속적으로 의혹 제기가 이뤄지는 데 대해 대통령실이 수사기관을 동원한 으름장을 놓는 상황"이라며 "당사자 등으로부터 해명을 듣는 자리를 갖거나, 언론을 상대로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등의 중간 절차는 생략한 채 고발로 직행하는 것은 의혹 제기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경고 차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주용·윤혜원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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