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월 2일 단독으로 면담합니다. 전장연이 서울시의 공동 면담 제안을 거부한 지 약 일주일 만입니다.
서울시는 올해 초부터 7차례에 걸쳐 전장연에 공동 면담 참여를 제안했습니다. 탈시설 등과 관련된 다양한 장애인 단체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지난 19일 전장연이 공동 면담 참여를 거부하면서 면담이 결렬된 바 있습니다.
면담 결렬 이후 전장연은 설 연휴 전날인 지난 20일 오이도역, 서울역, 삼각지역 등에서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서울시장, 기재부 장관 면담 등을 요구하며 지하철 탑승시위를 재개했습니다. 이로 인해 열차운행이 27분간 지연됐습니다.
전장연은 오는 3월 말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시는 그간 전장연의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로 인한 사회적 손실 비용이 445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단독 면담은 오 시장이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장연에 조건 없는 단독 면담을 제안할 것을 지시하면서 이루어졌습니다. 단독 면담을 제안한 이유는 면담 형식이 더 이상 시민의 출근길을 붙잡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큽니다. 또 단독 면담 역시 ‘약자와의 동행’을 위한 다양한 의견 수렴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서울시는 해석했습니다.
시는 전장연과 다른 장애인 단체와의 단독 면담을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면담은 내달 2일 오후 중에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또한 면담은 전장연의 요청에 따라 공개적으로 진행할 방침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면담이 합의된 만큼 전장연은 일반 시민들을 볼모로 하는 지하철 운행 방해 시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전장연 등 장애인 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앞에서 시외버스 이동권 보장 촉구 선전전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서울교통공사·전장연, '5분 이내' 조항으로 갈등
다만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와 전장연의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열차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킨 전장연 측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낸 바 있습니다. 그러나 양측은 지난 25일 법원의 2차 조정안에 각각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2차 조정안에서는 1차 조정안에서 문제가 됐던 '5분 이내' 항목이 삭제됐습니다. 1차 조정안의 '5분 이내' 항목은 전장연이 5분 넘게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면 공사에 1회당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입니다. 당시 전장연은 5분 안에 탑승하겠다며 1차 조정안을 받아들였지만 오 시장은 오 시장은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늦춘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했습니다.
2차 조정안에서 오 시장이 거부했던 '5분 이내' 항목이 삭제됐지만 공사는 여전히 지연행위에 대한 기준이 불확실하다는 입장입니다. 1차와 달리 2차 조정안은 휠체어 등을 위치시켜 출입문 개폐를 방해하는 시위만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공사는 '지연행위 시 500만원 지급' 조항에 대해서도 지연 행위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장연 측이 시위 중 전동차 3대에 나누어 탑승하며 열차를 고의로 지연시켰을 경우 이를 지연행위 3회로 볼 것인지 또는 전체 시위 중 1회로 볼 것인지 분쟁의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입니다. 후자로 해석하는 경우 장시간 열차 운행을 방해하고 500만원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공사는 우려했습니다.
전장연 측은 법원의 2차 조정안 거부의 이유를 '5분 이내' 항목 삭제로 꼽았습니다. 손해배상 규모를 결정하는 것도 시의 일방적인 산출 방식이 반영됐다고 거부했습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장애인들이 열차를 타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속도를 고려해 1차 조정안의 '5분 이내' 조항을 수용한 건데 2차에서는 빠졌다"며 "서울시가 손해배상을 요구한 6억원은 산출 방식 동의 없이 시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공사와 전장연 양 측이 모두 이번 2차 조정안에 대해 이의를 신청하면서 조정절차는 종료되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태림 서울교통공사 영업계획처장은 “조정안 거부 및 법적인 조치는 불법 시위이자 시민 불편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적 대응”이라고 밝혔습니다.
전장연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 이동권 보장 촉구 지하철 선전전을 하고 있습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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