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석열 정부 교육 정책, '기초학력 미달' 수준"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 "한 마디로 퇴행"
"'2022 개정 교육과정' 정권 입맛에 맞게 수정"
"중대 교권 침해 행위 학생부 기재, 부작용만 가져올 것"
"교사 직무 법률 명시 등 교사 교육권 보장에 힘쓰겠다"
2022-12-26 06:00:00 2022-12-26 06:00:00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은 '기초학력 미달' 수준이다. 한 마디로 '퇴행'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제21대 위원장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전희영(47)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을 두고 '기초학력 미달'이라는 점수를 매겼다. 유·초·중·고 교육에만 사용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1조5000억 원을 떼어내 대학·평생교육에 지원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전 위원장은 이를 '퇴행'이라고도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전교조 회관에서 진행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자유민주주의' 표현과 고교학점제 도입, 학생의 중대한 교권 침해 행위 시 학생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추진 등 윤 대통령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교육 정책에 대해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우선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관련해서는 "정권의 입맛에 맞게 교육과정을 수정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꼬집었다. 국민 의견 수렴을 내세워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고 '성' 관련 표현을 사실상 모두 삭제하는 등 보수 편향적으로 수정해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오는 2025년부터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 따른 '고등학교 내신 절대평가 전환 정책'에 대해서는 동의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수능 절대평가·대입 제도 개편·대학 서열 해소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렇지 않으면 "특목고·자사고에만 유리하게 작용해 지역별·학교별·학생별 격차를 키워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교육부가 추진 중인 '중대한 교권 침해 행위'를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 역시 "학생에 대한 위협 수단으로 전락하는 부작용만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학생부 기재에 불복하는 학생들의 소송으로 교육 현장인 학교가 법적 분쟁의 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9일 연임에 성공한 전 위원장은 내년 사업과 관련해 "아동학대 매뉴얼 개정과 선생님들이 행정 업무에서 벗어나 가르치는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사의 직무를 법률에 명시하는 등 교사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활동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전교조 회관에서 진행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을 두고 '기초학력 미달'이라는 점수를 매겼다.(사진 = 장성환 기자)
 
- 윤석열 정부 집권 7개월이 지났다. 윤 정부의 교육 정책을 평가한다면 몇 점을 주겠는가.
 
학업성취도평가 기준으로 본다면 '기초학력 미달'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교육의 방향부터 바로 세우고 기본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퇴행'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 때부터 교육계에서는 '교육의 시계를 거꾸로 돌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교육부는 경제 부처, 전 부처의 산업부화'를 주문하면서 교사를 줄이고, 유·초·중·고 교육 재정을 깎고, 특권 학교는 유지·확대하고, 일제고사식 학업성취도평가를 확대하고, 교육과정은 정권의 입맛에 맞게 뜯어고쳤다. 학생 맞춤형 교육을 하겠다면서 학급당 학생 수 상한제와 교원 충원에는 관심이 없고, 인공지능(AI) 보조 교사와 디지털 교과서만 말하고 있다. 이런 기조로 간다면 결말은 경쟁 교육 강화, 교육 불평등 심화, 공교육 황폐화가 될 것이다.
 
- 여야 합의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학을 지원하기 위한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초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3조원을 지원하려고 했으나 절반이 깎여 1조5000억 원만 지원하게 됐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보나.
 
3조원에서 1조5000억 원으로 규모를 줄이기는 했지만 유·초·중등 교육 예산을 대학 예산으로 전용하게 됐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떼어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조성하는데 여야가 합의한 것은 미래 교육은 안중에 없고 정치 계산만 신경 쓴 야합이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의 안정적인 확보가 중요하다.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서는 따로 '고등·평생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해 안정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 교육부가 지난 22일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했다. '자유민주주의' 표현은 들어가고 '성 소수자' 등 성 관련 용어는 삭제된 부분을 포함해 쟁점이 되는 사항들은 변화가 없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매우 우려스럽다. 교육부는 지난 8월 교육과정 총론 시안에서 생태전환교육과 노동존중교육 등을 아무런 설명 없이 삭제해 발표했다. 대국민 설문조사와 현장 교원 중심 토론을 거친 내용이었지만 교육부는 임의로 일부 내용을 수정했고, 국민참여소통채널을 통해 다시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 결과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고 '성' 관련 표현을 사실상 모두 삭제하는 등 '국민 의견' 뒤에 숨어 정권의 입맛에 맞게 교육과정을 수정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국가인권위원장까지 우리 사회 인권 담론을 후퇴시키는 개정안을 비판하면서 성평등·성 소수자 용어를 삭제한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존중교육을 교육과정에 중요하게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하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서까지 이와 같은 요구를 묵살한 채 정권의 거수기를 자처했다. 교육과정을 정권의 입맛에 맞게 수정하는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의 훼손일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삶을 위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무참히 짓밟는 것이다. 정부는 교육과정 퇴행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지난 23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전교조 회관에서 진행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을 두고 '기초학력 미달'이라는 점수를 매겼다.(사진 = 장성환 기자)
 
-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오는 2025년부터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 맞춰 개편됐다. 고교학점제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고교학점제는 지금까지의 고등학교 교육과정 전반을 뒤흔드는 정책이다. 그럼에도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기 위한 제반 여건을 조성하지 않은 채 지난 2018년부터 연구·선도학교를 늘리는 방식으로 고교학점제가 확대돼 학교 현장에서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내용 가운데 고등학교 내신 전면 성취평가(절대평가) 전환은 전교조가 고교학점제 시행 이전부터 선결 과제로 주장했던 내용이다. 상대평가는 누군가를 짓밟고 더 높이 올라가게 함으로써 다수를 실패자로 만드는 평가 방법인 만큼 학생들이 배움을 통한 성장과 거리가 멀어진다. 이러한 비교육적인 상대평가는 폐지하는 게 맞다. 그런데 특권 학교와 수능 상대평가를 그대로 두고 고등학교 내신만 절대평가로 바꾸면 어떻게 되나. 당연히 특목고와 자사고만 유리하게 된다. 더욱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는 것이다. 고등학교 내신 절대평가는 반드시 수능 절대평가, 나아가 수능 자격 고사화를 바탕으로 하는 대입 제도 개편, 대학 서열 해소와 함께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교학점제 시행은 지역별·학교별·학생별 격차를 키워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
 
- 최근 교권 침해 행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국회에서는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권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는데 이러한 부분만으로 교권 침해 활동을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교육부가 최근에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학생 인권과 교권이 상호 존중되는 교육공동체 구현'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비전이 현실화돼야 교권 침해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이 비전을 실현하려면 핵심 교육 당사자인 교사·학생·학부모에게 권리와 권한을 제대로 부여하고, 서로의 권리·권한을 존중하며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학교자치가 실현돼야 한다. 교사에게 생활지도의 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것만으로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예방하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교육 관계법은 학생 교육에 관한 모든 권한을 학교장·교육감·장관에게만 부여하고 학생 교육을 실제로 담당하고 있는 교사에게는 구체적인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 생활지도 권한과 함께 교육과정 편성권과 평가권 등 수업 전반에 대한 온전한 권한이 교사에게 부여돼야 한다. 아울러 교육활동 침해 예방을 위해서는 학생 인권과 교권을 대립적으로 보는 관점에서 탈피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 인권도 교권도 제대로 보장될 수 없다.
 
- 현재 교육부가 학생이 중대한 교권 침해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전교조 측은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학생부 기록은 대학 입시 등으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매우 예민한 사안이다.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경각심 제고를 명분으로 조치사항을 기록하는 것은 교육적 지도를 통한 교육활동 침해 예방이라는 본래 목적은 충족시키지 못한 채 사실상 '학생에 대한 위협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다. 아울러 학생부 기록이 민감한 사안인 만큼 조치에 불복한 소송도 증가해 학교가 법적 분쟁의 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교사들은 이런 부분이 두려워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포기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결국 교육적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심각한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10년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시절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강요'로 이중 처벌 및 위법 논란 등을 일으키고 학교 현장을 혼란에 빠트렸던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 현 시점에서 학교 현장 교원들이 가장 문제 제기를 많이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교사들의 교육권 보장이다. 전교조 위원장 선거 기간 동안 만난 선생님들의 요구는 간결했다.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인데 정작 교육권은 하나도 주어져 있지 못한 현실에서 선생님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마음껏 가르칠 수 있는 권리다. 전교조는 선생님들이 교육할 권리 보장을 위해 법과 제도를 개혁하고 학교 문화 개선에 앞장서겠다. 또한 교원 감축으로 인한 학급당 학생 수 증가와 이에 따른 업무 증가로 인해 어려움 호소하는 선생님들이 많았는데 이 부분도 개선하고자 노력할 생각이다.
 
- 전교조가 내년에 교원들을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일은 무엇인가.
 
교사 권리 찾기와 교육권 보호 3법 개정 추진이다. 우선 학교를 소송판으로 만들고 있는 아동학대 매뉴얼 개정을 요구하겠다. 아동학대 신고만으로도 교사들이 1~2년 동안 소송에 휘말리는 일이 빈번하다. 이는 매뉴얼 개정만으로도 일정 부분 막을 수 있는 만큼 여기에 집중해 교사들이 무고하게 학교 현장을 떠나는 일이 없도록 힘쓰겠다. 아동학대로 신고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나야 적극적인 교육활동이 가능해진다. 선생님들이 행정 업무에서 벗어나 가르치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사의 직무를 법률로 명시하는 일 역시 시급하다. 아울러 전교조는 교사의 교육권을 법에 명시해 교육 전문가로 설 수 있도록 하겠다. 교사로 당당히 가르칠 권리, 이것이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는 것이자 교육이 가능한 학교로 가는 첫 출발점이다.
 
-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10여 년의 진보 교육감 체제에서 고등학교까지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럼에도 초·중등교육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은 공고한 대학 서열 체제와 입시에 종속된 경쟁 교육이 가장 큰 이유다. 대학 입시를 자격 고사화하고 대학 서열 체제가 해소될 때 우리나라 교육이 정상화될 수 있다. 아직까지도 소수 엘리트를 위한 특권 학교를 지향하는 정부 정책을 보면서 과연 윤석열 정부가 시대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 궁금하고 의아하다. 1%를 위해 99% 학생을 패배자로 만드는 특권교육, 경쟁 만능 교육을 해소해야 한다. 다른 많은 의제가 있지만 이 두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논의해 개혁하면 좋겠다. 윤석열 정부가 입시 경쟁 교육 및 특권 교육 해소와 대학 서열 해체에 대해 전교조와 함께 논의할 것을 제안드린다.
 
- 마지막으로 계묘년 새해를 맞은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덕담과 인사를 남겨 달라.
 
몇 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학생도 학부모도 힘든 시절을 보냈다. 2022년의 경우 학교에는 나올 수 있었지만 공동체 활동은 거의 하지 못한 한 해였다. 새해에는 학교 안에서도 밖에서도 서로의 온기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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