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관계자들이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2차 교섭이 결렬되며 자리를 떠나는 구헌상(오른쪽) 물류정책관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자유를 국정운영 최대 기치로 내걸었던 윤석열정부와 노동계의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정치 대신 법과 원칙만을 강조하면서 노정 관계에 한파만 밀려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30일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두 번째 협상을 벌였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40분 만에 결렬됐다. 전날 윤 대통령이 집단 운송거부를 벌이고 있는 화물연대 시멘트 분야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지 하루 만에 다시 만났지만, 성과는 없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명분 없는 요구를 계속한다면 모든 방안을 강구해 대처할 수밖에 없다"며 업무개시명령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주노총을 가리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특히 다른 운송 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운송 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에게 쇠구슬을 쏴서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적대적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하기 위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고 노조에 경고장을 날렸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월 대우조선해양 노조 파업 당시에도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공권력 행사를 시사하는 등 당시에도 노사 관계에 있어 법과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강경 기조에 국민의힘은 "화물연대는 경제소생을 바라는 민생과 국민경제를 볼모삼아 산업기반의 핏줄인 물류를 중단시켰다"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국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법치주의' 조치"라고 보조를 맞췄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발언으로 앞으로 대대적인 노동개혁을 예고했다. 이미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주52시간제 개편과 연공급 임금체계(호봉제)의 성과급제 전환 등을 공언하며 노동계와 충돌을 빚고 있다. 이번 업무개시명령으로 양측의 강대강 국면은 앞으로 더 강화할 전망이다.
30일 오후 광주 북구 유동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공정이 중단돼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원재료를 공급받지 못한 레미콘 공장 가동이 중단되자 건설 공사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장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의 이번 업무개시명령이 국제노동기구(ILO) 원칙인 '결사의 자유'를 위반한다고 보고 ILO 및 국제연합(UN) 결사와집회의자유 특별보고관에게 '긴급 개입' 요청 서한을 전달했다. 화물연대는 30일 "반헌법적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고 정부의 탄압에 맞선 더 힘찬 총파업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이번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응해 다음 달 3일 서울과 부산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6일 동시다발적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여기에 서울지하철 1∼8호선 등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사측과 29일까지 교섭에 실패하자 30일부터 6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서울시가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했으나 지하철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여기에 코레일 노조가 소속된 전국철도노조도 다음 달 2일 총파업에 나설 예정이어서 시민 불편이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정치를 통한 타협이 아닌 법과 원칙만을 강조하면서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와 정치가 실종됐다는 의미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윤 대통령이 강조한 자유와 국정운영에 있어서 자유가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며 "아무리 법과 원칙이 중요하더라도 기본적인 언로는 연 뒤 대화와 소통을 통해 갈등을 풀어야 하지 않느냐. 계속 법과 원칙만 갔다 대면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의 언어는 약간의 여지를 남겨야 하는데 대통령이 무슨 선봉대처럼 앞장 서서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 추후 물러서기도 힘들고, 국토교통부 장관 등의 입지도 애매해진다"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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