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민주당이 29일 의원총회에서 이태원 참사 재난안전책임자로 지목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결정하겠다는 애초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국회 차원의 책임을 묻기로 결정했다. 대통령실이 ‘불쾌하다’, ‘즉각 거부하겠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보이콧을 시사하면서 일단 해임건의안 당론 채택을 보류한 채 전술적 숙의에 돌입한 모양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재난안전총괄 책임자로서 이 장관에 대한 국회 차원의 책임을 묻는데 의견일치를 봤다”고 말했다. 다만, 이 장관에 대한 국회 차원의 책임을 물 방법에 대해서는 “형식과 방식, 또 시점에 대해서는 원내지도부에 권한을 위임했고, 향후 대통령실과 여당, 국회 의사일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서 적절하게 시점과 방식을 정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당초 박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28일까지 이 장관에 대한 파면을 결정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이 나서, 국회 차원의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내에서는 구체적인 방안으로 해임건의안 발의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였다. 박 원내대표도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 오후 의총을 거쳐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내일(30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발언하면서 해임건의안 발의통과가 확실시됐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해임건의안은 발의부터 통과까지 속전속결로 진행시킬 수 있다. 해임건의안은 국회의원 3분의 1 이상이 동의하면 발의할 수 있고, 과반 동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한다. 169석을 가진 민주당 자력만으로 해임건의안 발의와 통과가 모두 가능하다는 의미다. 때문에 민주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30일 해임건의안 발의→내달 1일 본회의 보고→2일 본회의 표결'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거부하면 무산된다는 점이 끝까지 고민으로 작용했다. 외교 참사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진 외교부장관 해임건의안 역시 민주당이 단독 발의한 뒤 본회의에서 통과됐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하면서 결국 유야무야된 전례가 있다.
여기에 민주당이 ‘국회 차원의 책임’을 언급하자 대통령실이 즉각 반발하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전면 보이콧할 것”이라며 날선 반응을 보인 것도 이번 의총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169석을 가지고 있는 힘자랑이며 결국 대선불복”이라며 “국민의 뜻에 따라서 정권이 바뀌었으면 정권이 일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하는데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정부가 잘하는 꼴, 잘 되는 꼴을 못 보겠다는 그런 심사”라고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췄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의 민감한 반응에 불쾌한 내색을 내비쳤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의총을 마친 뒤 “당초 계획과 몇가지 달라진 점이 있어서 감안해서 원내지도부가 판단할 것”이라며 “(민주당은)아직 발의도 하지 않았는데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불쾌하다고 하고 즉각 거절하는 상황에서 해임건의안이 예정대로 통과되는 것이 맞냐는 의견이 있었고, 그에 대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총에서도 김용민 의원만 발언을 했는데, 윤 대통령의 거절이 확실한 상황에서 해임건의안 보다는 탄핵소추안을 내야 한다고 강력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의원들은 특별히 발언하지는 않았지만, 이 장관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일단 정부여당의 입장, 의사일정 등을 고려해 해임건의안, 탄핵소추안 등을 오는 30일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발의할 계획이지만, 해임건의안이 아니라 탄핵소추안을 낼 수도 있다”며 “해임건의안인가, 탄핵소추안인가, 언제 낼 것인가는 의회 전술이다. 전략이 아니다”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단계인 전술까지 모두 고려해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당내에서는 일단 오는 30일 중으로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핵심 관계자는 “일단 원내에서는 내일 발의로 계획하고 있다”며 “안은 다 작성된 상황인데, 언제 낼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윤석열정부의 첫 예산안 관련해 정부안이 아닌 민주당 중심의 감액된 수정안을 의결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압박 카드를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당장 국민의힘과 부딪힐 극단적 충돌은 피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야 모두 눈치작전과 함께 전술 싸움의 시간으로 전환됐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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