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루나 폭락 사태에 이어 최근 FTX 파산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세계 3대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붕괴는 특히나 가상시장 전반에 유동성 위기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중이다. 최근 가상자산 대출업체 블록파이는 파산보호 신청을 준비하고 있고, 또 다른 대출업체 솔트 역시 고객 입출금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코인 가격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2만달러 선에서 움직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FTX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20% 가까이 떨어졌고, 알트코인 역시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세계 최초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중미 엘살바도르는 가상자산 가치 폭락으로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컴투스는 자체 가상자산 C2X, 이후 엑스플라를 FTX에 상장했는데 이 여파로 엑스플라 인출은 막히고 관련 회사 주가까지 급락하며 고초를 겪는 중이다. 위믹스, 페이코인 등은 계획된 것과 실제 유통물량이 다르다는 지적을 받아 논란이 일었는데 FTX 파산 소식에 더욱 출렁이는 모습이다.
처음 비트코인이 등장했을 당시 블록체인 기술이 탈중앙화, 투명성의 가치를 지닌 혁명적인 신기술로 추앙받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선 이러한 담론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이어 가상자산의 유동성 위기가 터지면서 자금 돌려막기가 횡행하는 불신의 시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루나·테라 폭락 사태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인 UST의 1달러 고정 가격이 무너지면서 촉발됐고, FTX사태는 계열사 알라메다리서치가 FTT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린 후 그 돈으로 다시 FTT를 사면서 가치를 띄우고 또 이를 담보로 대출을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여기에다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가 FTX의 토큰인 FTT를 전량 매도하겠다고 나서면서 결국 뱅크런이 일었고, 파산의 결정타가 됐다.
최근에도 코인시장은 도박판과 다를 바 없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중이다. 일례로 위믹스는 17일 상폐 여부가 결정되는데, 결정되기 직전 새벽시간대 활발한 매수세 움직임이 일어났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결과를 아는 내부자의 매수세가 아니냐는 의심도 나왔다.
가상자산 거래에 대해 특별한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각각의 코인에 대한 가치 보증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신뢰할 수 있는 곳은 거래소뿐인데, 이러한 거래소마저 부실 문제가 연이어 터져나오면서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거래소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유통이 이뤄지다보니 코인 시스템 문제가 터지면 거래소에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지만, 현재까지는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거래소 자율의지에 맡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불거진 '테라·루나 사태' 이후 디지털자산거래소 협의체(DAXA)가 만들어지며 문제 코인에 대한 제재 조치가 어느 정도 체계화됐다. 그러나 여전히 상장과 상폐 평가기준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는 이뤄지지 않고 있고, 평가기준도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의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
지난해 개정된 국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선 가상자산 거래소는 고객이 맡긴 돈과 거래소 자산을 분리 보관하도록 강제는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감독을 해야하는 곳에 대한 규정은 없어 운영의 투명성을 제대로 신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디지털자산에 대한 구분 및 관리 역시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다. 가상자산 업권법에 대한 입법 논의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법적 정비까지는 상당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좀더 빠른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 블록체인이 탈중앙화의 탈을 쓴 중앙화 기술이라는 오명을 벗고 신뢰할 수 있는 기술로 나아가려면 업계 안팎으로 보다 촘촘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선율 중기IT부 기자(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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