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수년간 가파르게 상승했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최소 동결되는데 무게가 실린다. 올 하반기 들어 전국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고, 고금리 기조 여파에 따른 거래 절벽과 집값 하락세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특히 올해 3분기까지 실거래가지수 누적 하락률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주무부처 수장도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현실화율의 하향 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1개월 새 -1.95%를 기록하며, 8월(-1.89%)보다 낙폭이 더 커졌다. 아울러 1~9월 누적 하락률은 -7.14%로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에서 수립한 공시가격 평균 현실화율은 공동주택을 기준으로 △2020년 69% △2021년 70.2% △2022년 71.5% △2023년 72.7%다.
현실화율이 계속해서 상승하면 집값은 떨어지는 상황에서 공시가격이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이는 곧 불합리한 과세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재산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보다 합리적인 현실화 방안이 요구된다. 그만큼 전 국민의 생활 양식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올해 실거래가가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도 공시가격이 낮아지기 위해서는 결국 현실화율이 최소 올해 수준으로 동결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 견해다.
이달 4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은 기존 현실화 계획을 1년 미룰 것에 대해 제안했다.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내년 시장 상황이 불투명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 지속하고 있어, 현재 상황에서 (기존 현실화 계획을) 확정하기 좋지 않은 여건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 같은 현실화율 제고에 대해 공감했다. 원 장관은 이달 10일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그간 집값 급등과 가파른 현실화율 상승이 더해지면서 국민들의 부동산 보유 부담이 급증했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근본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화율 목표치인) 90% 자체는 평균적으로도 어불성설인 무리한 수치"라며 "조세 정의에 맞지 않은 무리한 이념적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원 장관의 발언을 종합하면 현실화율의 동결을 넘어 하향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당초 이날로 예상됐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안도 이달 말로 연기됐다. 이달 말 로드맵에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대한 추가 보완,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 등이 다각적으로 포함될 전망이다.
특히 올 연말까지도 실거래가 급락으로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공시가격 이하로 떨어지는 역전 현상이 속출할 것으로 보여, 정부가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데 있어 보다 획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지난 정부에서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급격하게 올렸는데 이는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이뤄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현 부동산 시장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계속 높아지면 형평성에 어긋나는 세 부담 사례가 증가한다"며 "국민이 합리적이라 느낄 만큼의 세 부담 완화 방안이 이뤄지려면, 현실화율에 대한 정부의 전면적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 시민이 서울 남산공원에서 시내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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