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지난 12일 방문한
한화솔루션(009830) 큐셀 부문(한화큐셀)의 진천공장은 반도체 제조 현장을 방불케했다. 진천2공장 셀 생산 라인에 입장할 때는 상의 방진복에 헤어캡, 슈커버까지 착의하고 들어갈 정도였다. 이후 모듈 생산 공정 라인을 참관할 때 역시 상의 방진복은 그대로 입어야 했다.
지난 12일 한화큐셀 진천2공장 모듈 라인에서 한화솔루션 관계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한화솔루션은 이날 충북 진천군 이월면에 있는 진천공장에서 현재 생산 중인 퍼크(PERC)셀의 제조 현장을 공개하고, 차세대 기술은 별도로 소개했다.
현재 세계 태양광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퍼크 셀은 후면에 반사막을 삽입해 빛을 반사시켜 발전 효율을 높인 제품으로 평균 효율은 약 23%이다.
한화큐셀 셀 제조공정 모습. (사진=한화솔루션)
진천공장은 공정 자동화를 적용한 스마트팩토리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셀 라인에는 수천대의 장비가 배치됐고, 사람 키 만한 상자처럼 생긴 로봇 수백대가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제조 공정에 참여하고 있었다.
라인에 놓인 DT(디지털 전환) 카메라는 공정 서두에 발생할 수 있는 미세 균열을 사전에 검출해 불량품이 모듈까지 가는 불상사를 원천 차단한다. 이미지를 학습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불량 여부를 자동으로 판정하는 것이다.
지난 12일 한화큐셀 진천2공장 셀 생산 라인 모습. (사진=신태현 기자)
아울러 Tra.Q(트라큐)라는 레이저 가공 과정도 특징이다. 일종의 QR코드로서 하루에만 200만장이나 생산되는 웨이퍼에 일일이 레이저로 마킹하는 특허 기술이다. 셀마다 생산된 라인과 일자, 자재 정보를 수집해 공정을 최적화하는 데 활용하는 식별 기호를 매긴다. 이는 공정·생산·품질 관리를 유리하게 만들어준다는 설명이다. 셀을 만들 당시에 관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에서 판매된 제품까지 포함해 데이터 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러 장의 셀을 붙여 만드는 모듈 라인에서는 '하프셀' 기술이 구현되고 있었다. 셀을 반으로 자르고 와이어로 연결해 배치함으로써 출력을 높이는 것이다. 여기에 셀 사이 간격을 없애 같은 면적의 모듈이 더욱 많은 전력을 생산하게 하는 '제로갭' 기술을 접목시킨 고출력 모듈, ‘큐피크 듀오 G11’을 지난해부터 판매 중이기도 하다.
지난 12일 진천2공장 모듈 라인 모습. (사진=신태현 기자)
자체 품질 테스트도 깐깐한 편이다.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의 3배 이상 엄격한 내부 기준을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세계 주요 태양광 시장인 미국, 일본, 독일, 한국 등에서 태양광 모듈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한화큐셀 직원이 모듈 품질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솔루션)
한화솔루션은 제품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존 퍼크 셀보다 1%P 이상 효율을 향상시킨 탑콘(TOPCon) 셀을 오는 2023년 4월부터 상업 생산하고, 2026년 6월에는 차세대 태양광 기술인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탠덤 셀도 양산하겠다는 내용이다.
탑콘 셀은 셀에 얇은 산화막을 삽입한 제품이다. 기존 셀의 경우 웨이퍼와 전극이 닿는 접촉면에서 효율 손실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100% 분리시켜 효율을 최대한 개선하는 기술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연 300㎽ 용량의 탑콘 셀 파일럿 라인을 가동 중이다. 라인 전환과 설비 도입 비용은 1300억원이다. 세부적인 연간 생산능력은 퍼크 셀 3.9GW, 탑콘 셀 1.5GW다. 기존에는 퍼크 셀만 4.5GW였다.
서세영 진천공장 셀R&D팀장은 "기존 장비를 싹다 빼고 탑콘 라인을 새로 설치하는 게 아니라 추가적인 4~5개 공정만 넣어서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화큐셀 진천공장 항공 촬영 모습. (사진=한화솔루션)
고효율의 탑콘 셀은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대응책도 된다. 한화큐셀의 미 조지아공장은 모듈 생산량이 현재 1.7GW에서 2023년 하반기 3.1GW로 늘어날 예정이다. 탑콘 셀 개발과 현지 생산량 확대로 인해, 현지 주거 및 상업용 시장점유율 확장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한화큐셀은 탑콘 이후의 차세대 셀도 준비 중이다. 재생에너지 학계에서 퍼크 및 탑콘 등 실리콘 기반의 셀의 효율 한계가 이론적으로 29%를 넘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차세대 제품은 페로브스카이트라는 광물 기반의 탠덤 셀로, 2026년 6월 양산을 목표로 R&D를 진행하고 있다.
탠덤(tandem)은 영어로 '2인용 자전거'라는 뜻으로서 탑콘 셀 위에 새 셀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든다. 상부 셀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가 자외선이나 가시광선 등 단파장의 빛을, 하부셀은 실리콘이 적외선 등 장파장의 빛을 흡수한다. 서로 다른 영역대의 빛을 상호 보완적으로 흡수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한화큐셀이 연구 중인 페로브스카이트-결정질 실리콘 탠덤 셀 시제품. (사진=한화솔루션)
탠덤 셀의 이론 한계 효율은 44% 수준이며 실제 양산 시 효율도 3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큐셀 판교 미래연구소가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공동으로 연구한 페로브스카이트 단일 품목의 효율은 25.7%, 역시 큐셀 부문의 탈하임 R&D센터가 지난 3월 독일 헬름홀츠 연구소(HZB)와 협력해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셀은 28.7%를 기록했다.
서 팀장은 "태양광 셀의 효율을 0.1% 올리는데 거의 수백억원을 쓰고,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며 "그만큼 효율을 올릴 경우 100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페로브스카이트는 원재료로서 싼 편"이라며 "실리콘과 동일한 양의 빛을 흡수하기 위해 필요한 두께를 1만배 이상 얇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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