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제37대 총무원장 진우스님 취임법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여야가 때아닌 색깔론 대결에 돌입했다. 민주당이 동해 공해상에서 전개된 한미일 연합훈련을 "친일행위"라고 규정하자, 국민의힘은 '친북'으로 맞섰다.
불씨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겼다. 이 대표는 지난 6일 합동참모본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할 근거가 될 수 있는 합동훈련을 독도 근처에서 하느냐. 그것이 굴욕 외교"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평화헌법 근간이 된 헌법 9조에 따라 집단적 자위권을 갖지만 행사하지는 못한다. 이때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논란의 연장선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점차 비판 수위가 높아졌다. 7일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일본의 군사 이익을 지켜주는 극단적 친일행위"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급기야 10일에는 '다시 욱일기 휘날리는 한반도?'라는 제목의 즉석 라이브 방송을 통해 "욱일기가 한반도에 다시 걸리는 날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유사시 일본군이 한반도에 들어올 수도 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불안감을 키웠다.
지난 6일 동해에서 펼쳐진 한미일 미사일방어훈련 장면. (미국 국방부 제공, 연합뉴스 사진)
국민의힘도 격하게 대응했다. 특히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11일 이 대표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으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해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민주당은 즉각 정 위원장 발언을 '전형적인 식민사관 언어'로 규정하고 "이완용 같은 친일 앞잡이들이 설파했던 그런 주장들을 여당 대표 입으로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맹비난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재명의 덫에 놀아나는 천박한 발언"이라며 "당장 이 망언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비대위원장 직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김웅 의원도 "전형적인 가해자 논리"라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당 안팎의 비판에 정 위원장은 "논평의 본질을 왜곡하고 호도하면 안 된다"며 "지금 이 대표가 일본군의 한국 주둔을 얘기하고,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일 비핵화 약속론을 얘기한 것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멍들게 하는 망언이고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12일 한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그건 식민사관이 아니라 역사 그 자체"라고 반박했다. 또 자신을 겨냥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메시지를 낸 이 대표에게 "역사의 진실을 모르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응수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한 뒤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일 논쟁에 친북 논란마저 더해졌다. 국민의힘 당대표에 도전하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하는 것을 보면 역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외신 평가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며 "민주당이 대한민국 정당인지, 북한 노동당 2중대 정당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전날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극단적인 친일이 아니라 극단적인 친북"이라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11일 "문제들을 지적을 하면, 수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김없이 시대착오적인 종북몰이, 색깔론 공세를 펼치고 있다"며 "해방 이후에 친일파들이 했던 행태와 다를 바가 전혀 없다"고 친일 논쟁의 고삐를 놓지 않았다.
12일 국정감사장에서도 여야는 색깔론을 놓고 다퉜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서 민주당이 '윤건영이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수령님께 충성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냐'며 과거 발언을 문제 삼자 "그런 점도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해 여야 간 고성이 오가는 등 소란이 일었다. 당사자인 윤건영 의원은 "답변을 듣고 나니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라고 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우리보고 친일 국방이라고 했다. 우리도 모욕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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