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판정', 선방만으로 볼 수 없는 이유
정부 "배상액 2800억원…론스타 청구액의 4.6%"
법조계 "환율 고려, 이자까지 3600억 배상 해야"
"ICSID 협정 53조에 따라 '론스타 판정' 최종적"
"취소·집행정지 절차 밟더라도 번복 가능성 없어"
2022-08-31 17:08:13 2022-08-31 19:27:56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투자자-국가 분쟁(ISDS) 끝에 2억1650만 달러(약 2921억원)와 이자를 배상하라는 판정을 받았다. 10년만의 결론이다.
 
법무부는 31일 론스타 청구금액 6조1000억원 규모 중 약 4.6%(2800억원) 정도만 인용됐다며 한국 정부가 일부 승소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지급해야 할 2800억원은 원/달러 환율 1300원 기준으로 환산한 배상액이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어 배상 규모는 여기서 더 늘어날 수 있다. 게다가 2011년 12월 3일부터 배상금을 모두 지급하는 날까지 한 달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에 따른 이자도 배상해야 한다. 법무부가 산정한 이자 배상액은 약 185억원(추정치)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한국 정부가 청구금액 대비 95.4% 승소, 4.6% 일부 패소한 것”이라며 “향후 취소 및 집행정지 신청을 검토하여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와 금융권 등 일각에서는 사실상 우리 정부의 패소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법무법인 수륜아시아)는 “한 장관의 발언은 본질에 어긋난 것”이라며 “3600억원대(2800억원+이자)의 배상을 론스타에게 하라는 한국 패소 판결”이라고 봤다. 송 변호사가 산정한 이자액은 약 754억원으로 미 국채 이자율 2.5%대를 기준으로 계산해 2011년 12월 3일 이후 이자부분까지 산정한 금액이다.
 
2800억원 규모 배상액에 대해서는 “하나은행 매입대금 인하 7700억원 청구액 기준으로 38%가 인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0년 말 론스타가 하나은행과 맺은 1차 외환은행 매각 계약 금액은 약 4조7000억원이었는데, 최종 계약에서 매각액이 3조9000억원으로 깎였다. 당시 한국 금융당국의 강압으로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7700억원을 더 인하해 넘김으로써 그만큼 손해를 봤다는 게 론스타의 주장이었다.
 
송 변호사는 “대한민국도 가입한 ICSID(중재 판정 기구) 협정 53조 1항에 따라 오늘 판정은 최종적이고 구속력이 있다”며 “ICSID 협정 52조 1항의 판정무효신청 사유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판정부 구성 잘못 △명백한 권한 일탈 △부패행위 △절차규정의 심각한 위반 △판정문에 이유를 쓰지 않음의 5가지 사유로 판정무효 신청 사유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취소·집행정지 절차를 밟더라도 이날 중재판정 결과가 다시 뒤집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투자자에게 대체로 유리한 ISDS 구조상 국가 측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ISDS 탈퇴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종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ISDS 제도 자체가 불투명하고, 사실상 투자자를 위한 제도”라며 “애초에 국가는 원고가 될 수 없다. 투자자들이 분쟁 제기하는 원고가 되고, 국가가 피고가 되는데 여기서 국가가 이기더라도 남는 게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선고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다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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